뒷모습은 보는 사람의 몫

by 천둥

어릴 때부터 동물을 무서워했지만, 결정적으로 트라우마가 된 계기가 있다.

당시만 해도 반려견은커녕 애완견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는데, 옆집 아이가 조그맣고 하얀 애완견을 데려와 있는 대로 자랑을 늘어놨다. 그 아이는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만져보라며 사정을 했다. 나는 개가 덤벼들까 봐 계단이 시작되는 난간에 올라 쪼그리고 앉았다가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개를 내 앞으로 들이밀었고 드디어! 손이 닿았는데, 나는 복슬복슬한 털을 상상했는데 갑자기 딱딱한 것이, 그러니까 털은 얼마 없고 바로 뼈가 만져졌다. 으악! 나는 놀라 벌떡 일어났고, 아이는 내 소리에 놀라 개를 놓치고 개는 마당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웠다. 아마 내 소리에 개도 놀랐겠지.

그때부터 나는 개를 생각하면 그 딱딱한 뼈가 떠올랐고 그 뼈가 내 몸에 닿을까 봐 도망 다녔다.


수십 년이 지나 바야흐로 반려견의 시대가 되었고, 여전히 내 몸에 닿는 것은 무서워도 조금 만질 수는 있게 되었다. 다만 뒷모습일 때. 나보다 더 겁이 많은 시댁 강아지 코비가 첫 시도를 하게 해 주었고, 큰집 고양이 이클이가 눈이 잘 안 보이는 덕에 나의 터치를 허용했다.

개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절대 먼저 덤비는 법이 없다는 것. 고고하게 앞을 보고 있을 때 뒤에서 슬쩍 쓰다듬어도 모른 척해주거나 지 갈길을 가버려서 좋다.

녀석들은 모르겠지. 자기네 뒷모습이 얼마나 유혹적인지. 내가 고양이가 아니어서 좋은 유일한 이유는 나는 네 뒷모습을 볼 수 있지롱. 너희는 못 보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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