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잔뜩 내도 괜찮아

그림이 된 한 문장

by 천둥


오늘의 문장을 보고 마땅히 그림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푸딩작가(오늘의 문장을 매일 내주는 분)가 어떤 의도로, 또는 어떤 일상 속에서 문장을 낚아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곤 한다.

그런데 오늘의 문장은 생각할 것도 없이 푸딩의 반려견에게 하고 싶은 말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람의 심리란 참 묘하기도 하지. 매일 푸딩의 생각을 엿보려고 해 놓고 막상 짐작이 되니 푸딩이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걸 그려보고 싶은 거다.

그렇다고 대단히 기상천외한 것을 떠올리지는 못하고 그저 고양이만 좀 벗어나 보기로 했다.

스물일곱에 결혼하던 당시 없는 돈에 시어머님이 살림을 몇 가지 해주셨는데, 그중의 하나가 금침이불이다.
내 또래라면 다들 혼수로 목화솜으로 만든 금침이불 한 채씩은 가지고 있을 텐데,
지금은 다들 침대생활을 하거나 가볍고 기능성 좋은 이불로 바꿨겠지.
나도 일찌감치 빨래하기 쉬운 이불로 바꿨는데, 이불은 버려도 요는 버리면 안 된다고, 부부금슬 나빠진다는 말에 속아 솜은 버리고 색동 천만 접어서 장롱 속에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다.

예전에는 날이 좋다 싶으면 수시로 마당 빨랫줄에 이불을 널어 방망이로 팡팡 때려서 먼저를 털곤 했다.
먼지 난다고 저리 가라고 해도 아랑곳 않고 그 이불 사이를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그게 진짜 내 기억인지 그림책 <만희네 집>에서 본 기억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알록달록 색동을 그리면서 오랜만에 이불에서 나던 햇빛냄새가 그리웠다. 내일은 이불이나 널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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