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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May 22. 2024

행복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 메리골드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는 뜻의 메리골드 종이꽃을 들고 국내 최초의 ‘기후소송’에 참여한 어린이가 있다. 그는 두 살밖에 안된 사촌동생을 보면서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을 경고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게 세워 실패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낫다’는 정부 쪽 설명을 들으며 기후위기 해결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걸 나중으로 미룬다면 우리의 미래는 물에 잠기듯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감축을 위한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파리협정의 대원칙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과연 있었는가. 우리에게 이런 공방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있기나 한가 말이다.

정부 쪽을 대변하는 이들은 “현 감축 목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라고 주장한다. 당장 물에 빠져 죽게 생겼는데 나중에 사법적 판단이든 역사적 판단을 하자는 말이나 하는 이들은 어린이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정희진은 <녹색계급의 출현>을 설명하면서 “‘돌격 앞으로’가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전속력으로 후퇴’가 오늘날의 사고방식이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렇다. 지금은 ‘전속력으로 후퇴’ 해야 한다.

전속력으로 후퇴해야 하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메리골드를 들고 그럼에도 행복은 오고야 만다는 낙관적 태도가 존경스럽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메리골드는 아프리칸 메리골드로 ‘천수국’이라고도 불리는데 꽃잎이 풍성하고 키가 좀 큰 편이다. 화분 아래 착 달라붙어있는 작은 ‘만수국’ 즉 프렌치 메리골드의 꽃말이 바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다.

마침 도서관에 갔다가 화단에서 만수국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꽃이 피기 전의 모양이 마치 두루마리를 감아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아직 어린, 이제 막 피어나려는 모양이 ‘어린이’ 또는 ‘두 살 난 아기 사촌’을 상징하는 것만 같아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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