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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May 21. 2024

향기로 기억해요, 쥐똥나무

쥐똥나무 향이 가득한 요즘이다. 라일락 향만큼이나 강렬해서 무시로 발길을 멈추게 된다. 코로나로 후각이 둔해진 내 코를 자극하다니. 처음에는 이게 무슨 향인가 한참 주변을 돌아보았다. 흔하디 흔한 쥐똥나무 이파리 사이로 눈길을 끌기에는 너무 작은 하얀 꽃이 살짝 봉오리를 벌여 향을 내뿜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빙 둘러싼 쥐똥나무가 그렇게나 아름다운 향이 날 줄이야.

사실 매해 이맘때마다 향기에 이끌려 쥐똥나무를 발견하고 하얀 꽃을 들여다보며 놀라게 된다. 그만큼 쥐똥나무는 존재감이 없다.

가끔 이른 봄에 쥐똥나무 사이로 앵두꽃이 피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앵두나무를 쥐똥나무인 줄 알고 같이 심은 거다. 전문가가 보기에도 헷갈릴 만큼 특색이 없는 거다. 나는 그렇게 발견한 앵두나무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앵두를 따먹곤 한다. 그런 관심을 쥐똥나무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거다.      

그동안 무심했던 날들에 대한 보상으로 오늘은 쥐똥나무 꽃을 그렸다. 후각이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는데 후각으로도 안되니 몸으로 끌어안아야지. 쥐똥나무에게 보상이 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게는 특별한 나무로 각인되는 순간이다.


#하루치의행복을발견하는순간

#찰나의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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