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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Jun 26. 2024

다시 시작, 석류

아파트 단지 내 화단에도 제법 과실수가 많다. 오늘 발견한 것은 석류. 붉은 꽃이 선명하다.

꽃을 덮듯이 단단하게 외피가 굳어져 열매로 변하는 듯하다. 노란 수술 하나하나가 석류알로 차오르는 게지.


갱년기에 석류가 좋다는데, 막상 갱년기 때는 괜히 먹기 싫었다. 그런 건강보조식품이 갱년기의 대명사가 되는 것이 못마땅했다. 갱년기에 대한 책을 꼭 내고 싶어서 오래 붙잡고 있었는데 결국은 놨다. 언제 또 잡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갱년기를 통해 내가 깨닫고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분명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의 생각인 것 같았다. 책으로 결과물을 내기까지 항상 그런 순간이 있는 것 같다. 그 순간을 견디고 더 정제해내야 하는데 간절함이 부족했나 보다.

갱년기로 힘든 분들,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쉬세요. 쉬면서 슬렁슬렁 주변을 돌아보면 예쁜 것들이 많아요. 꽃, 나무, 그림, 음악, 따뜻한 차... 이런 거 즐기세요. 굳이 사람 만나려 애쓰지 마시고...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아무 말이나 쓰세요. 글쓰기만큼 좋은 사유의 도구는 없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세요. 이전과 다른 생활이 몸에 익으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답니다. 꽤 괜찮아요. 완경 후에도. 다시 시작, 갱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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