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에 도전한지 8개월 차.
머릿속 절반쯤이 수영으로 가득 차있다. 이렇게 소중한 감정을 그대로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기록을 시작한다.
내가 얼마나 물을 싫어하고 힘들어했는지는 작년 봄의 소동 하나로 충분하다.
벌써 여름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이었다. 친구와 호캉스라는 걸 갔다. 조식이 훌륭한 걸로 유명한 호텔이었는데, 나는 조식도 좋지만 수영장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한때 갱년기 때문에 더위를 심하게 타면서 시원한 물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갈망이 생긴 적이 있다. 그 생각이 호텔 수영장 위에 둥둥 떠있고 싶다, 로 아주 구체적으로 발전했다. 마침 그 로망을 실현할 기회가 생긴 거다.
호기롭게 수영장에 다녀오겠다고 나섰는데, 수영장에 들어서자마자 내 로망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내가 상상한 그림은 커다란 튜브위에 떠있는 건데, 튜브가 없었다. 튜브가 없으면 수영도 못 하는 내가 물위에 뜰 수가 없지.
그냥 물속에 있는 건 너무 추웠다. 한여름은 아니었지만 꽤 더운 날이었는데도 금세 몸이 차가워졌다. 15분도 못되어 뛰쳐 왔고 오전 내내 배가 아파서 굴러야 했다. 몸을 펼 수 없이 배가 뒤틀렸다. 한참을 끙끙거리다 몸이 차가워져서 생긴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등과 배를 문질러서 겨우 나았다. 수영장은 어두운 지하가 아니라 전면 유리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1층에 위치해있었지만 아무리 햇살이 부서져 들어온들 몸이 찬 사람이 찬물에 들어갔으니 얼마나 더 차가워졌겠는가.
그날 이후로 나는 더, 더 물이 싫었고, 내 인생에 수영장은 없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 6월 중순, 남편이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갔다가 수영을 권유받았다.
나도 할까? 순간 예상치 못한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너무 더운지라 내가 잠시 정신을 놨나 보다.
나의 이력을 잘 아는 남편은 그냥 하는 소리겠지 하다가 진짜 등록까지 하겠다니까 괜히 아까운 등록비만 날리겠네, 중얼거렸다.
나는 남편 혼자 시원한 수영장에 다니는 게 샘이 났는지, 굳이 등록비를 날릴 각오를 했다. 꼭 수영을 해야 하나, 잠시 물속에서 더위나 피해보지 뭐. 아님 말고!
원래 나는 아님 말고, 의 정신으로 살았는데, 그즈음은 더욱더 일단 뭐든 시작해보자, 아님 말고, 라는 식으로 아무데나 손을 대고 있었다. 그림도 그려보고 악기도 배워보고 덕질도 해보고 소설도 써보고 동화도 써보는 등 뭐든 가볍게 시도하고, 재밌으면 계속하고 아니면 쉽게 손을 털었다. 그러다 다시 생각나면 또 시도하고 다시 손 털고.
어쨌든 그렇게 남편과 나는 24년 7월에 수영등록을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