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는 척

by 천둥

7월 18일

샤워하려고 서있는데 누군가 툭 치며, 잘하시던데요, 했다.

제가요? 하고 놀랐더니 쑥쑥 느는 게 눈에 보여요, 한다.

그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또 열심히 했구나, 그리고 남들은 다 보는구나.


뭐든 시작했다 하면 탈이 나는 바람에 포기해야 하는 숱한 날들. 남들만큼 하는 것 같은데 꼭 몸이 비명을 질렀다. 좀 재미있다 싶으면 특히 더했다. 그러니 매번 열심히 하지 말자, 조심하자, 살살 하자, 그냥 즐기자 다짐한다.

수영이 재미있다고 느껴지자마자 스스로를 달랬다. 오버하지 말자. 하루 한 시간,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하자. 열심히 하다 탈나면 이 재미있는 걸 제대로 맛도 못보고 끝난다.

그래서 조금 일찍 가서 연습하고 끝나고 나서 연습하면서도 샤워실이 붐비니까 조금 일찍 나오고 조금 늦게 들어가는 거야, 라고 눙쳤다. 사실은 너무 재미있어서 멈춰지지가 않았으면서. 이런 느낌 얼마만인가.


두번째는 독고다이 버릇에 대한 것이다. 남들은 주변을 살피고 다른 사람 하는 것도 보는데 나는 혼자 직진이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내 할일에 집중하는 것, 이게 나의 생존방식이다. 특히 낯선 곳에 가면 더 그런다. 비슷비슷한 수영복에 수영모를 쓰고 수경을 써서 얼굴을 다 가리니까 제대로 사람을 구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남들은 수모 하나만 바뀌어도 다 기억한다. 그게 나로서는 신기할 뿐이다. 그만큼 주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긴 소문도 제일 늦게 듣는 편에 속했다.

사람은 누구나 00하는 척을 한다는데, 나는 관심없는 척을 하는 것 같다. 모르는 척, 못들은 척하면서 오로지 나 자신에게로 직진한다. 혼자인 게 들키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다. 나의 관심은 수영이에요, 라고 스스로 착각하게 하고 남들도 속이면서.

이제는 그런 생존방식 따위 필요 없는데도 여전히 그런 습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이러니 사람을 못 사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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