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감촉

by 천둥

7월 15일

처음 며칠은 너무 신나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아무나 붙잡고 내가 수영을 해요, 물이 좋아지다니 신기해요, 떠들고 싶었다. 말 그대로 신기함이었다.

물이 주는 압력, 압박을 두려워했는데 지금은 물이 온몸을 감싸는 감촉이 뭐라 표현할 수 없게 좋았다. 물이 나를 받쳐주고 나는 그 물 사이를 파고들었다. 물의 흐름이 온몸을 휘감았다. 물이 흐르고 흐르는 것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감각했다. 몸의 감각이 이토록 생생하고 기분 좋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때로 물이 차가워서 배가 아프기도 했고 입술이 파래져서 강사가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발차기를 열심히 하면 금방 괜찮아졌다. 아마 날이 너무 더워서 그랬을 거다. 요즘 같은 더위에 한 시간이나 시원한 물속에 있다니 그 자체가 축복이 아닌가. 수영 전에 샤워장에서 수영장으로 나갈 때의 서늘함도 소름 돋도록 싫었는데 그 서늘함마저 상쾌했다.


가능한 오래 물속에 있고 싶은데 자유수영 레인을 아쿠아로빅 강습으로 마음껏 사용할 수가 없다. 아쉽다... 돌아 나오면서도 아쉬워서 자꾸 돌아보게 된다. 강습 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가서 연습하고, 강습이 끝나면 또 쉬는 시간에 연습하고 최대한 하는데도 아쉽다. 아쉬워하는 내가 사랑스러워 웃음이 난다. 아무 때나 웃음이 터져서 조심해야 한다. 누가 보면 미친 사람인 줄 알 만큼 혼자 마구 웃어댔다.


그러다 또다른 순간을 맞이했다. 수영장 밖으로 나왔을 때, 팔에 느껴지는 바람.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바람을 느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거나 거센 바람 앞에서 피하려 하거나, 그런 바람이 아니고 한 톨 바람도 찾아볼 수 없는 찌는 듯한 한여름에 살갗을 스치는 공기의 흐름. 바람의 감촉. 물과 다른 공기의 감촉 말이다.

물이 몸을 감싸다가 물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몸을 감싸는 것. 어쩌면 당연하지만 내가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몰랐을 감각이 아닌가.

물을 감각하는 걸 느낀 것도 신기하지만 바람을 감각한 것은 더 신기하지 않은가. 아, 정말 이거 뭐지? 물을 느끼고 공기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이 오다니. 수영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이 새로운 감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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