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원주택(단독주택)에 적합한 사람인가?
요즘, 코로나 시대와 더불어 단독주택 생활이 '유행'이 되고 있다고 들었다. 훨씬 이전부터 내겐 단독주택 생활이 꿈이자 목표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다. 내가 꿈꾸던 정원이 있고, 옥상 테라스와 다락방이 있으며, 주변에는 산과 개울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200% 만족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단독주택 생활에 만족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첫 번째 세입자도 그랬다. 남편의 친구였던 부부가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만삭의 몸을 이끌고 이사를 왔지만, 그녀는 그야말로 쇼핑과 서울이라는 도시의 다채로움을 사랑하는 '도시 여자(?)'였다. 비록 집이 서울 안에 위치하고 있고 모든 생활 시설이 뉴타운 안에 즐비하지만, 완전한 도심 생활과 같을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필수이다. 학교가 있지만 아이들 걸음으로는 25분은 족히 걸어야 하고, 작은 유기농 마트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대형마트는 차를 타고 10분은 나가야 한다. 걸어서 닿을 수 있는 학원가와 각종 상가가 즐비한 대형 아파트 단지와는 다르다. 결국 그 부부는 두번째 아이를 낳고 2년도 채 못 되어 다시 아파트로 이사를 감행했다. 연고도 없는 곳에 오직 아이를 좋은 환경 속에서 키우기 위해서 하는 단독주택으로의 이사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너무 어린 아이에게는 복층 구조의 단독주택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처음엔 안전을 걱정하게 되고 그 다음엔 돌이 넘어 걷기 시작하면, 그 계단을 무한 반복으로 걸어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니까.
아이가 있다면 아이가 잘 걸을 수 있는 3돌 이후쯤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둘째 아이가 두돌 반일 때 이사를 왔는데, 한번도 계단에서 크게 넘어지거나 구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어렸을 때 부터 계단에 빠삭해져서 계단 오르내리기의 달인이 되어갔다. 현재 세입자도 아이가 두돌 반일때 이사를 왔는데,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한다. 오히려 다리 힘이 좋아져 누구보다도 계단을 빨리 오르내린다.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좋을까 고민이 된다면, 우선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잘 파악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첫번째,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가?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고, 꽃을 바라 보는 것을 좋아하기만 하면, 곧 키우는 것 까지도 감행하게 된다. 그리고 곧 노하우가 생긴다.
두번째, 동물과 곤충에 거부감이 없는가?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문제가 없긴 하다. 하지만 기왕이면 동물을 좋아하진 못하더라도 거부감은 없었으면 좋겠다. 주택지엔 길고양이들은 물론이고, 들개까지 가끔 내려오기도 하고 가끔 쥐도 출몰한다. 정원에 길고양이 똥은 덤이다. 비가 온 뒤에는 온갖 지렁이와 개구리, 그리고 달팽이 등이 집 앞 도로와 정원에 죽어 있기도 하다. 매번 이들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자빠진다면, 곤란하다. 그리고 이런 어른들의 태도는 아이들에게까지 전염(?)된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만질 수 있는 동물과 곤충은 만지고, 내가 못 만지는 건 못 만진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생명체이다. 비를 피할 곳이 없어 쫄딱 젖은 길고양이에게 나의 집 처마를 내어주고, 먹이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측은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세번째, 부부 중 한 명은 부지런해야 한다. 물론 둘 다 부지런 하면 더할 나위 없다. 두 부부 모두 직장에 다니거나 주말까지도 집에 있는 시간보다 나가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집과 마당을 돌볼 여력이 없는 집은 아무래도 티가 나게 마련이라, 괜시리 내가 더 안타깝다. 예쁘게 꾸며 놓은 정원이 잡초에 둘러쌓이고 만다. 우리 부부 중 부지런한 사람 그 한 명은 바로 나다.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저러니까 살이 안찌지!' 이 말이다. 나는 해야 할 것이 보이면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큰 집안을 다 치우고 나면, 정원의 잡초와 시든 꽃들까지 다듬어 주어야 한다. 때때로 마당도 쓸어주고, 잔디도 깍아 주어야 한다. 인테리어를 위해 만든 수 많은 창문과 거울들도 닦아주고, 계단도 걸레질 해주어야 한다. 이 모두가 아파트 생활보다 배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울며 겨자먹이로 하진 않는다. 치워도 치운것 같지 않은 예전 집과는 다르다. 치우고 난 뒤의 깔끔해진 정원과 집을 보면 기쁨도 배니까. 아, 맞다. 둘 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돈이 많으면 된다. 집안 도우미와 정원사를 쓰면 될 일이다.
네번째, 내가 다양한 이웃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가? 고려해야 한다. 이건 직장이던, 아파트이던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조금 더 유들유들한 성격의 사람이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집 옆에 바로 옆 집이 붙어 있다보니, 아무래도 마주치고 엮일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문만 열면 밖이니, 아이들도 함께 자주 어울려 논다. 한 명이 나와 놀기 시작하면 어느새 아이들이 창문으로 내다보고 달려나와 꼬리를 문다.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여러가지 속내도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한 번 틀어진 관계는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집을 짓고 온 이상 나이들어서까지 내가 '평생' 살지도 모르는 동네에서 그렇게 된다면 이는 자기 자신에게도 큰 스트레스 일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남이사!'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강인한 사람이면 된다.
집을 지으면서, 집 짓기에 관한 많은 책들을 보았지만 나의 경우는 나보다 더 전문가인 남편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크게 관여를 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좀 더 알고 싶었던 것은 그 후의 삶이었다. 그래서 집을 짓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좀 살아보니 어떤데....? 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런 것들을 알려주는 책은 없었다. 집을 지은지 만5년, 이사 온지는 만4년이 넘었다. 이제는 살아보니 이렇더라 하는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다. 건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보니 이런 것 같다. 이렇게 살고 있다. 하고 단독주택을 꿈꾸지만 실행하기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