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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Aug 04. 2022

꿈의 무대, 마스터즈(Masters) 대회 참관(1부)

미국 PGA  투어 참관기 (2)

골프 4대 메이저 대회로는 마스터즈, US 오픈, PGA 챔피언십 그리고 디 오픈이 있다. 디 오픈을 빼고 나머지는 다 미국에서 개최된다. 이중에서도 왕중왕이라면 단연 마스터즈다. 골퍼들에게는 참가 자체가 영광인 꿈의 무대이며, 우승 후 입게 되는 그린 재킷은 '꿈은 이루어진다'와 같다. 미국 조지아 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해마다 철쭉이 만개한 4월에 개최되며, 첫 메이저 대회이기도 하다.


“깃발이 꽂힌 천국.”

“스포츠의 가장 아름다운 극장.”


마스터스 골프대회에 대한 헌사다.


하지만 마스터즈는 직관 자체가 쉽지 않다. 

미국 동남부의 시골마을 오거스타에 골프장이 위치하여 찾아가기 어렵다는 점은 그렇다 치자. 대회에 입장 가능한 갤러리를 후원자라는 의미의 패트런(Patron)이라고 부르는 데, 이 패트런들을 일 년 전에 신청을 받아 추첨으로 뽑는다. 나 역시 십 년 가까이 응모하고는 있지만, 늘 이메일 답장은 같았다.


"We have completed the ticket selection process for the 20XX Masters Tournament and we regret to inform you that your application was not selected."


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당첨된 패트런들이 미국의 당근마켓에 입장권을 올리면 그걸 사서 가는 것이다. 싸지는 않다. 연습 라운딩은 보통 500불 정도 하고, 1라운드는 못해도 천불, 일요일 최종 라운딩은 부르는 게 값이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는 3천 불까지 치솟았다. 물론, 금전적 부담 외에도 마스터즈 보겠다고 찾아갈 열정과 시간도 필요하다. 미국인들에게도 큰 축제고 호사니, 미국 밖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그런 버킷 리스트 속의 마스터즈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로스쿨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 , 모교가 조지아의 애틀랜타에 위치했다. 애틀랜타에서 마스터즈가 열리는 오거스타까지는 차로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지척(?)이었다. “바비 존스(Bobby Jones)”라고  들어보았는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마추어 골퍼이다. 그는 애틀랜타 출신으로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를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메이저 4 대회를 석권하는 경우 그랜드 슬램이라고 한다. 한해에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기에 우리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표현을 쓴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 그랜드 슬램만 달성해도 대단하기 때문이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이는 현재까지 5명뿐인데, 타이거 우즈가 유일한 현역이면서 최연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는데골프 역사에 있어서  어렵다는 그랜드 슬램을 그것도  해에 모두 석권한 적이  한번 있다. 바비 존스다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이 생겨나기 전이니, US 오픈브리티쉬 오픈, US 아마추어 대회그리고 브리티쉬 아마추어 대회가 당시의 그랜드 슬램 4 대회였다. 1930 바비 존스는 28세의 나이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골프 에티켓 또한 그랜드 슬램이었다.  1925년 US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였던 바비 존스는 러프에서 어드레스 하는 사이 공이 움직이자 자진 신고했고 1벌타를 받았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는 데도 말이다. 그는 결국 이 벌타로 연장전에 돌입했고 준우승에 그쳤다. 존스는 경기 후 "룰대로 경기한 사람을 칭찬하는 것은 은행에서 강도짓을 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의 정직한 플레이는 최근 오구 플레이로 논란이 된 윤이나 사태에서 재조명 받고 있다.


사실 바비 존스는 내 로스쿨 선배다. 나도 입학하고 나서야 알았다. 아까 그가 아마추어 골퍼라고 하지 않았는 가? 그의 본업은 변호사였다. 로스쿨 건물 안 계단 참에는 바비 존스의 입학 허가서가 떡하니 붙어있다. 나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주치는 그의 이름을 보면서 마스터즈 대회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혔다. 


무엇보다도,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샷이 2005년 마스터즈 대회 우승자에게서 나왔다. 마스터스 역사상 여러 진기명기 샷이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타이거 우즈의 16번 홀 칩샷을 으뜸으로 꼽는다. 보고 또 봐도 경이로운 샷이다.  

최종 라운드 후반이었다. 선두를 달리던 타이거 우즈는 16번 파 3홀에서 티샷 미스를 범했다. 볼이 그린과 러프 사이에 떨어졌다. 홀과의 거리는 15m 정도로 꽤 멀었다. 버디는 언감생심 파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13 언더로 선두였으나 위기였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그린은 과장을 약간 섞어 기름칠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엄청나게 빠르게 구른다. 우즈는 볼이 떨어진 자리에서 홀까지 천천히 걸어가면서 그린을 살피고 다시 돌아와 칩샷을 신중히 준비했다. 우즈의 저 눈빛과 계산을 보라. "회로 풀가동" 중인 것이 보인다. 저 많은 패트런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우즈는 홀에서 8m 정도 떨어진 곳에 칩샷을 했다. 이 볼은 잠시 구르다 급경사를 타고 홱 90도를 꺾는다. 그러고는 홀컵 바로 앞에서 1초 정도 멈춘다. 어라 안들어가나? 싶은데 뭔가에 홀린 듯이 빨려 들어갔다. 버디였다. 우즈가 왜 위대한 선수인지 증명하는 샷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나이키가 저 골프공 장면 하나로 일 년 치 광고비를 다 회수하고도 남았다는 전설이 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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