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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Aug 13. 2022

애틀랜타의 골프장들-캐디도 없고 카트가 막 들어가?

그리고 우리나라 골프에 대한 단상

내가 살았던 애틀랜타는 골프를 취미로 삼기에 여러 모로 좋은 곳이다. 기온이 제주도와 비슷하며, 일 년 내내 라운딩이 가능하다. 가성비 좋은 골프장들이 어디에 살든 차로 30분 이내에 충분히 있다. 내가 살던 집에서는 차로 5분 거리에 골프장이 있기도 했다. 미국에는 'GolfNow'라는 부킹 앱이 있는 데, 불과 몇십 불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골프장이 크게 다른 점은 캐디와 카트다. 


일단 캐디는 없다. 카트에 태블릿이 달려있는 골프장에서는 홀 맵을 보며 알아서 플레이한다. 캐디가 없다 보니 부쉬넬 같은 거리 측정기를 각자 많이들 쓴다. 없으면 없는 대로 나눠주는 종이지도를 보면서 플레이를 해도 충분했다. 몇 번 가면 익숙해지기도 한다. 캐디를 쓸 수 있는 곳은 값비싼 회원제 골프장들에 국한되고 이마저도 요청하면 붙여준다. 


골프 카트는 한국과 크게 다르다. 미국 골프장은 카트 패스 온리가 아니다. 즉, 카트 도로로만 다녀야 하지 않는다. 미국 골프장에 처음 갔을 때 이게 신세계였다. 공이 떨어진 지점까지 카트를 운전해서 들어간다. 페어웨이든 러프든 가리지 않는다. 카트를 운전하는 재미도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플레이어들 본인들이 카트를 몰고 다닌다. 골프를 좋아했던 미국 대통령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와 조지 부시를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도, 조지 부시도 카트를 직접 운전했다. 엠비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라는 선물을 들고 가서 조지 부시와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별장)에서 회동을 했다. 엠비도 카트 운전이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Can I drive?" 유창한 영어로 카트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을 때

카트피 자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카트에는 얼음이 담긴 아이스박스가 달려있는데 그 안에 맥주캔을 넣어놓고 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즐겨 방문했던 코스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Bears Best Atlanta, Heritage Golf Links, Stone Mt. Golf Course


한국에 오고 나서는 골프를 통 즐기지 못하고 있다. 금전적인 압박과 시간적 소모성이 큰 이유이다. 땅덩어리 큰 미국의 골프비용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면 당연히 안될 것이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만 해도 골프는 사양산업이라는 진단이 있었다. 실제로 유명 프랜차이즈 샵이 파산하기도 했다. 미국의 젊은 친구들은 오버와치는 열심히 해도 골프장에서 보기는 어렵다. 만나보면 골프가 지루하고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코로나의 최대 수혜 스포츠가 골프가 아닐까 한다.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수요-공급 원리로 안 그래도 비싼 그린피를 많이 올려버렸는데 이건 수긍할 수 있다. 그 가격으로도 부킹이 어렵다니까. 하지만 캐디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 여전히 적응이 잘 안된다. 골프장에서는 정해놓은 스케줄에 따라 고객을 최대한 돌리고 싶으니 캐디를 통해 경기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캐디 없이 플레이해보면 훨씬 자유롭고 자신의 플레이에 더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코스 매니지먼트를 스스로 하는 것인데, 그린과 라이를 플레이어 자신이 읽고 판단하여 플레이하는 게 해보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실력도 이러면서 는다. 내가 진짜 불합리하다고 보는 것은 카트피다. 그 전동카트 원가가 얼마나 하겠는가? 천만 원이나 할까? 내가 알기로는 골프장에서는 1년도 안 걸려 카트 구입 원금을 전부 회수한다. 그러니 카트피로 매번 그 정도 액수를 청구하는 것 자체가 폭리다. 


새벽부터 집을 나와 골프장까지 한참을 이동해서, 술 먹는 2 라운딩까지 하는 게 재밌던 때가 있었으나 이제는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한국에서 골프장 갈 일은 줄어들 일만 남은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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