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떠나는 해외출장 필살기(2)
베스트셀러 중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있다. 남녀관계의 심리학을 다룬 존 그레이의 책으로 백만 부가 넘게 팔렸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본디 남자는 화성인이고 여자는 금성인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비유다.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에서도 외계인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지구인 천송이(전지현 분)의 관계는 회를 거듭할수록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비록 사랑에 골인하긴 하지만 말이다. 다 같은 사람인데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인드로 연애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연애의 달인들을 보면, 외모가 출중하지 않은 경우가 제법 많다. 그들의 성공의 열쇠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다. 상대방이 어떤 타입인지를 잘 잡아낸다. 그러고 나서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또 그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한다.
상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사는 화성에서 왔고, 우리는 금성에서 왔다.
그러니 상사는 외계인이다. 나와는 다른 별에서 태어난 존재다. 이점을 인식하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자. 당신 앞에 외계인이 있다. 그를 지구인의 사고나 행동의 틀에 맞출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녀관계에 있어 남자가 원하는 것은 신뢰와 인정 욕구이며, 여자는 공감과 이해를 원한다.
비슷하게도 우리는 상사로부터 신뢰받고 인정받고 싶다. 그러니 이제부터 상사에 대하여 공감하고 이해해보자.
첫 단추는 상사가 어떤 타입인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유형의 상사를 모시면서 나름 분류를 해봤다. 6가지 유형을 제시해 본다.
1. 직진형
리더십이 강한 분 중에 이런 타입이 많다. 매사 호불호가 분명하다. 아랫사람이 하자는 대로 움직이거나 내키지 않으면 안한다. 동선도 여기저기 살피기보다는 직진 스타일이다. 식사도 좋아하는 메뉴가 분명하다. 한식만 먹겠다는 상사와 우아한 프렌치 레스토랑을 가면 실패는 예약되어 있다. 마음에 안 들거나 실수하면 그 자리에서 질책을 들을 수 있으나 뒤끝은 없다. 나는 이런 타입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쉬웠다.
2. 좌고우면형
늘 조심하는 스타일이다. 조용하고 말수가 별로 없는 상사 중에 많다. 그렇다고 호불호가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업무와 관련된 준비가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불쑥 체크가 들어온다. 현지 일정에 무리가 없는지, 외부의 시선을 늘 의식하고 꼼꼼히 살핀다. 문제는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아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수행원으로서는 사전 시간 투자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
3. 우월 유전자형
상사가 회사에서 나름 국제통이거나 해외근무 경험이 있거나, 영어를 잘하는 경우다. 왕년에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녀본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눈이 높아 까다롭다. 반면, 운이 좋으면 자신의 옛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쿨하게 대해 주기도 한다. 이런 유형에게 일은 최우선이다. 공식업무는 깔끔하게 진행되어야 뒤탈이 없다.
4. 디테일형
'얼마 만에 나가는 출장인가'에 감격하여 본인이 리서치를 많이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자칫하다가는 수행원보다도 정보가 풍부할 수도 있다.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출장 업무와 관련해서도 꼬치꼬치 캐물어 들어온다. 깊이있게 준비를 해야한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자료로 미리 정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5. 내 맘대로 형
위험이 가장 크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모든 게 자기중심으로 돌아갔다. 직진형과는 다르다. 설령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서도 본인의 경험과 직관에 따라 자기 생각과 결정이 옳다고 믿는다. 맞다고 맞장구 쳐주고 그에 따르는 것이 속편하다. 문제가 생겨도 내 탓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가 심각하게 비대칭적인 경우까지 양보하면 안된다. 이때는 강단 있게 일정을 밀어붙여야 하는 애로점이 있다.
6. 무색무취형
당신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그냥 하자는 대로 따라주는 스타일이다. 행복한 출장이다. 그러나 무색무취의 상사는 거의 없다는 게 함정이다.
일단 상사가 위의 유형 중 어느 것에 가까운 가에 대하여 한번쯤 고민해보자.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Tip: 상사의 MBTI를 알아보자.
요즘 MZ세대에서는 본인이 어떤 MBTI 유형인지 서로 공유하는 게 유행이다. 비록 20세기 중반에 출현한 오래된 성격분석 도구이긴 하지만, 나도 재미삼아 해보니 맞는 구석이 제법 있다는 생각이 든다.상사에게 카톡을 보내보자.
"요즘 MBTI가 대세라는 데 아세요? 이거 한번 해보세요! 재밌어요. 젊은 직원들은 자기가 어떤 유형인지 다 알아요. 참고로 제 MBTI는 ****랍니다."
자연스럽게 상사의 MBTI 유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상사가 어떤 화성인이었는지 파악하는 데 유용한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