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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은 일하러 가는 것. 그러나!

상사와 떠나는 해외출장 필살기 (3)

by 스티뷴

당연한 얘기를 왜 하지? 출장인데 그럼 일하러 가지 놀러 가나? 맞다. 당연하게도 해외출장은 일하러 가는 것이다. 내 돈도 아니고 회사 예산으로 말이다.


그러나, 일만 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어제의 출근길과 오늘의 출근길이 다르던가? 아닐 것이다. 오늘도 나 역시 지하철이나 버스에 스스로를 변함없이 욱여넣는다. 날씨가 안 좋아 자차로 나가기라도 하면 도로는 늘 막혀있다. 기름값도 부담인데, 엉금엉금 기어 출근한다. 돌이켜보면 출근길이 즐겁고 흥분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첫 출근한 날이나 승진한 다음날, 여름휴가 전날 정도?


그렇다면 해외출장은?

어제의 만원 버스가 아니다. 내 옆에는 친구가 있다. 여행 캐리어 가방이 다소곳이 서있다. 목적지는? 사무실이 아닌 인천 국제공항으로 출근한다.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니 의자가 침대처럼 펴진다. 그래 비행기를 타러 가는 거지. 실감이 되면서 설렘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더구나 출장지가 처음 가보는 그런 곳이라면?


맞다. 해외출장은 리프레시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당신의 상사도 마찬가지다. 실적 압박에, 타사와의 경쟁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보고와 전화, 그리고 수많은 의사결정에 시달리다가 탁 놓아버리고 외국으로 떠난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홀가분함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고충은 시작된다. 일하러 가는 건데 일만 하러 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점 말이다. 일은 일대로 준비하되, 스스로 여행사 사장이자 현지 가이드가 되어야 하는 고충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은 뒷전이고 현지의 리프레시에만 대놓고 집중하는 대인배 상사는 많이 보지 못했다.


참고로 다른 나라의 경우 상사에 대한 의전은 어떠한가 유심히 지켜보았다. 실제로 해외의 동료들과 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있다. 재밌는 게 까다로운 상사는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 다들 상사 험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의전만큼은 우리나라가 과한 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장유유서가 분명한 유교문화권과 일본의 경우도 우리 정도는 아니었다. 업무의 실속이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는데, 좀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The show must go on.


어쨌거나 일은 최우선이다. 공식일정은 깔끔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장은 성공할 수 없다. 당신이 상사의 스트레스를 이번 출장으로 날려주겠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치자. 그러나 막상 출장 업무는 대충 때우려 든다? 안될 말이다. 강조하는데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당신이 그 무엇을 준비했든 부질없다. 상사의 질책만이 기다릴 뿐이다. 상사의 영어실력이 나보다 구리니 안심이 된다고? 아무리 상사가 벙어리 수준이라 해도 부하직원의 영어실력에 대하여는 귀신같이 알아챈다. 당신이 완벽하게 한-영 전환이 자유롭지(Bi-lingual) 않은 이상 겸손해야 한다.


생각해보자. 외국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리스키 하다. 한국에서야 도움을 청할 데가 많다. 백업이 되어줄 수 있는 동료들도 든든하게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언어도 다르고, 어떤 돌발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모든 것이 오롯이 내 몫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이든 리프레시든 사전 준비가 중요한 것이다. 그 명칭이 어떠하건 “출장 편람” 혹은 "출장 핸드북"을 사전에 만들어야 한다. 그게 뭐냐고? 차차 설명하겠다.


마지막으로 해외출장 의전에 있어서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출장보고서 준비를 사전에 하면 다녀와서 보고서를 쓰는 시간이 줄어든다. 의전에만 몰입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회사마다 복귀 후 언제까지 출장 보고서를 내야 하는지 규정이 있을 것이다. 공무원의 경우 30일 이내로 알고 있다. 기한 마감까지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최대한 속도를 높여서 결재를 받아버리는 것을 추천한다. 당신에게는 이번 출장이 큰 이벤트이자 의미였을지 몰라도, 상사에게 출장은 다녀오는 것으로 끝이다. 상사에게는 자리를 비운 사이 밀린 일들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다. 슬슬 출장에서의 기억도 희미해져 가는데 출장보고서를 기한에 다 임박해 결재받으러 가봐야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렵다. 물론 지금껏 그게 회사 관행이라고 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상사는 기대도 안 하고 있는데, 단숨에 결과를 정리해서 가져오면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상사가 CEO인 경우와는 달리, 중간 임원인 경우, 본인도 출장 가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왔다고 자신의 상사에게 어필하고 싶어 한다.


말미에 써야 할 출장보고서 관련 팁을 먼저 공개하는 이유는 당신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환기하고 싶어서다. 즉, 업무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늘 잃지 말고 접근했으면 한다.


TIP: 복귀 후 출근 첫날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길 권한다. 시차 적응도 안되어 있고, 잠도 부족한데 평소보다 일찍 나가라니?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더구나 임원들은 조찬모임도 많고 경영진 미팅 등으로 아침 일찍 출근하지 않는가? 그보다도 더 일찍 나오라고? 내가 권유하는 것은 딱 1장짜리 메모다. 1장에 출장 성과를 간단히 정리하고 상사의 출근과 동시에 내밀어 보자. 장담한다. 효과 만점일 것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출장 결과를 현지 호텔에서 노트북으로 밤새 정리한 후 귀국 편 비행기 안에서 상사에게 드리는 회사가 있다. 실화냐고? 그렇다. (나는 아니다. 오해 없기를) 당신이 그런 회사에 다니고 있지 않음에 감사하며 일찍 나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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