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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준비 또 준비

상사와 떠나는 해외출장 필살기 (4)

by 스티뷴

당신은 평소에 "센스가 있다"는 얘기를 듣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해외출장을 성공적으로 다녀올 수 있는 기술을 이미 장착하고 있다. 센스라는 것은 종합적인 능력이다. 어느 조직에나 기가 막히게 눈치 빠른 이가 있기 마련이다. 당신 스스로 "내가 윗사람 눈치 하나는 잘 보거든"하며 대견스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눈치를 잘 본다는 말에 부정적인 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직장인 생존기술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일은 그다지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은데 눈치 하나로만 잘도 버티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 한편, 적재적소에서 상사에게 아부를 잘하는 동료도 있다. 상사는 부하직원이 “내 귀에 캔디”스러운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뻔히 알면서도 싫지는 않더라는 것이 상사들의 고백이었다.


그러나 내가 해외출장 수행에서 필요하다고 말하는 센스는 눈치를 잘 보거나 아부를 맛깔나게 하는 기술과는 다른 능력이다. 센스 있게 옷을 입고, 센스 있게 외국의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아내어 맛난 한 끼를 함께 즐기고, 센스 있게 끊기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센스 있게 현지에서 상사가 좋아할 만한 득템을 사고, 센스 있게 해외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고르고, 센스 있게도 국제회의 석상에서 쫄지 않고 부드럽게 발표를 하고, 센스 있는 농담을 던지고 등등 종합능력이지 않은가? 윗사람 눈치만 슬슬 보거나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과는 다른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나는 센스는커녕 눈치나 아부 기술도 떨어지는 판인데 어떡하냐고? 포기하기엔 이르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보자. 부동산 투자에 유명한 격언이 있다. Location, location, location! 즉, 부동산은 입지가 알파와 오메가라는 것이다. 동명의 해외 tv 시리즈가 있을 정도다. 해외출장의 알파와 오메가도 같다. Plan, plan, plan!이다. 사전 준비가 그만큼 중요하다. 당신이 센스가 좀 떨어져도 준비를 충실히 하면 된다. 아무리 센스가 있는 이도 사전에 철저히 그리고 꾸준히 준비한 사람을 당하기는 어렵다. 어느 프로골퍼가 그랬다. '이 정도면, 나도 골프 좀 치는 것 같은데. 우승도 몇 번 하고 말이야.' 하는 순간 바로 무너진다고 말이다. 프로가 경계해야 할 것이 자만심인 탓이다.


출장을 떠나기 전 일단 2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하나는 출장 일정을 종합한 간략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상사에게 보여주고 확인받는다. 어디에 왜, 누구와 가서 누굴 만나고, 뭐하고 오는지 상의하는 이른바 간을 보는 작업이다. 출장의 얼개가 구성되는 순간이다. 항공편, 숙소를 이때 정한다. 출장을 다녀오겠다고 올리는 공식 품의문의 기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실제 출장 때 지참하게 될 세세한 내용의 출장 편람 또는 핸드북을 작성하는 것이다. 후자는 출발 직전까지 계속 수정 보완된다.


출장 준비고통의 엉덩이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장 전에 엉덩이가 의자에 얼마나 붙어있는지 절대적인 준비 시간이 실패의 가능성과 반비례한다. 다만, 센스 있는 사람은 엉덩이 싸움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고, 안 그런 사람은 엉덩이를 더 오래 붙여야 하는 고충이 있을 뿐이다.


부실한 출장 준비는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나는 별 준비 없이도 별 탈 없이 다녀왔다고? 단언컨대 그것은 당신의 운이었을 뿐이다. 해외출장 성공의 키워드는 부단한 준비라는 점을 기억하자.


Tip: "출장 핸드북"에 포함시켜야 할 정보를 예시해 본다. 1. 출장 일정표(가장 중요하며 1장짜리 종합 일정과 일자별 일정이 필요하다.), 2. 회의별 대응계획과 상사의 예상 코멘트(다음으로 중요하다. 아울러, 영문 어젠다는 원문 전체를 참조할 수 있도록 첨부한다.), 3. 주요 연락처, 4. 출장지 정보, 5. 주최 기구나 방문 기구 및 주요 면담자에 대한 소개, 6. 방문국 개황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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