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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른 상사를 대하는 법

상사와 떠나는 해외출장 필살기 (5)

by 스티뷴

일본어에 "혼네"와 "타테마에"가 있다. 혼네(本音)란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는 것이고, 타테마에(建前)란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을 뜻한다. 어떠한 일을 할 때 겉으론 웃지만, 속에 있는 본심은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일본인들의 특유의 습성을 말한다. 혼네가 일본인들 마음속의 솔직한 심정이라면, 타테마에는 일본사회가 개인들에게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태도이다.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공동체에서의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속마음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한다고 본다. 혼네가 '들켜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라면, 타테마에는 '들키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예를 들어, 아랫집에서 피아노를 오래 쳐서 윗집에서는 시끄러워 고통스러웠다고 하자. 둘이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이렇다.


"따님이 피아노 실력이 많이 늘었더라고요."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는 혼네다.

"아니에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피아노 소리가 너무 크지요?" -한마디 들었다고 피아노를 접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계속 치겠지만 신경은 쓰겠다는 혼네다.


상사에게도 타테마에와 혼네가 있다. 즉, 그들의 겉과 속은 다르다.


상사라고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다. 임홍택의 책 "90년대 생이 온다"의 선풍적인 인기 후 상사들도 요즘 MZ세대의 속마음은 어떤지 궁금해한다. 그들도 자기보다 젊은 직원 앞에서 라떼 스토리만 주야장천 떠들어봐야 뒷담화거리만 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제 라떼는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지 말지어다. 라떼가 없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갔겠는가? 당신은 이제 온갖 라떼를 듣게 될 테니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당신이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사 또한 부하직원에게 젠틀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


당신이 해외에 나간 첫날 듣게 될 상사의 겉마음(타테마에)은 대충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난 장거리 비행을 했더니 시차도 그렇고 너무 피곤하네. 호텔 방에서 쉴 테니 김과장이나 알아서 구경해”

“난 여기는 예전에 와봐서 별 관심이 없어. 처음 와본 김과장이나 돌아다녀.”

“이 나이에 무슨 사진이야. 내가 찍어줄게. 거기서 봐.”


이것을 상사의 속마음(혼네)으로 바꾸어 보겠다.


'비즈니스를 타고 왔더니 가뿐한 데? 슬슬 나가볼까?'

'전에 와본 곳인데도 오랜만에 왔더니 새롭구먼. 지난번에 못 가본 거기를 가봐야 하는데...'

'날씨도 좋고, 예쁜 곳들이 많네. 인증샷 좀 몇 개 건지고 가야지.'


문제는 다테마에 성 멘트를 그대로 믿고 실행에 옮기는 수행원이 실제로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출장지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관광도시였다. 멋진 날씨와 풍경에 인증샷을 남기지 않을 수 없는 곳이 이어졌다. 착한 김과장은 공손하게 상사에게 말했다.

"사장님 여기 좀 서 보세요. 사진 찍어드리겠습니다!"

"아유... 난 사진 찍히는 거 싫어해. 김과장이나 거기 서 봐. 내가 찍어줄게."

김과장은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그렇지 사장님이 싫다는 데 억지로 찍어줄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그다음부터 포토스팟이 나올 때마다 김과장은 밝고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사장에게 건네고는 포즈를 잡았다.

"사장님 사진 한 장 찍어주시죠! 헤헤"

출장 마지막 날이 되었다. 김과장이 예의 핸드폰을 사장에게 건네려는 찰나,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갑자기 상사의 목소리가 고함으로 변한다.

"야! 김과장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내 사진 한 장을 안 찍어주냐?"


'그 이후로 김과장의 얼굴을 본 사람은 없었다.'까지는 아니었으나, 김과장이 해외출장을 또 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상사의 혼네는 무엇일지 그때그때 생각해 봐야 한다. 좋은 방법은 ‘찔러보는’ 것이다.


"사장님, 그래도 여기까지 먼 걸음 하셨는데, 돌아보시는 게 나중에 시차 적응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혼자 다니는 게 재미가 없습니다. 저 혼밥도 싫어해요.(안다. 거짓말인 거) 사장님 안 나가시면 저도 그냥 호텔방에 있겠습니다."

"사장님! 여기 한번 서 보시지요! 사진 찍어 드릴게요. 표정이 너무 굳으셨어요. 크하핫! 웃어주세요. (웃는 얼굴 보고 인상 쓰는 사람은 없다.)"


무게 잡는 모습에 위축되지 말고, 상사의 혼네를 알아내기 위해 조심스레 찔러보자.

Tip: 상사의 멘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김과장 꼴이 난다. 상사의 속마음은 찔러야 보여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2회 이상 찔러봐야 한다. 찔러봐서 “에이 난 괜찮대도!”라는 진심 어린 반응을 듣는다면 그제야 포기하자. 그렇다고 출장 내내 포기하면 안 된다. 다음날 되면 상사의 기분이 또 바뀌니 또 찔러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다. 밖에 나가면 경치 좋은 곳을 구경하고, 사진찍히고 싶은 마음은 상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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