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떠나는 해외출장 필살기 (7)
<항공편 선정>
출장 일정은 가장 먼저 항공편을 물색하면서 시작된다. 상사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보통은 대한항공을 선호한다. 대한항공은 취항지가 광범위해서 거의 모든 출장지를 커버하며, 비국적 항공편보다 승무원들의 숫자도 많다.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좋다는 뜻이겠다. 국적 항공기의 장점은 또 있다. 귀국할 때 "아...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묘한 편안함과 안도감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서 더욱 특별히 느낄 수 있다. 기내에서 먹는 비빔밥이나 라면은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탄식을 자연스럽게 유발하며, 그 맛 또한 미슐랭 스타 맛집에 못지않다. 과거 공무원들은 GTR이라고 해서 해외출장을 갈 경우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국적 항공기를 이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었다. 좌석 확보도 쉽고 예약도 간편했던 이 제도는 특혜시비와 비용 절감 등의 사유로 몇 년 전 폐지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적항공사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국적항공사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중동의 에미레이트, 카타르, 에티하드 등의 만족도가 꽤 높았다. 이들 항공사들은 유류비 걱정이 없다. 따라서 물량 투입에 진심이다. 기내 컨디션이나 기내식, 공항의 라운지 등이 모두 괜찮았다. 참고 바란다.
런던에 출장 갈 일이 있었다. 런던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모두가 취항한다. 출입국 공항도 히드로로 같다. 나는 당시 아시아나를 이용했다. 보통은 대한항공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왜? 알아보니 다른 기관(소위 "갑")의 더 센 분이 대한항공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그분과 내 상사 간의 관계가 돈독하면 몰라도 따로 가는 게 상사로서는 편하다. 당시 런던행 아시아나는 비즈니스석이 오즈 쿼드라 스마티움이라고 해서 180도 펴지는 풀 플랫 좌석이었다. 당연히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seatguru.com이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들어가서 저렇게 항공사와 항공편명을 입력하면 항공기 좌석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뜬다.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의 최적의 자리는 어디인지, 피해야 할 좌석은 어디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밤에 출발하는 비행기는 잠을 많이 자야 하니 창가, 낮 비행기는 아무래도 깨어 있어 활동 빈도가 있으니 복도가 낫다. 물론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물어보고 정하면 된다. 수행원이 이코노미를 타는 경우 가능한 앞 쪽 복도 자리를 권한다. 일단 비행기에 타면 상사를 만날 일은 없다. 그러나 도착해서 내릴 때 문제가 된다. 상사는 먼저 아웃하기 때문에 잽싸게 쫓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코노미 그것도 뒷부분에 타버리면 내리는 시간이 하세월이다. 탑승일에는 인천공항에 일찌감치 가서 비상구 자리를 요청해보자. 비상구 자리는 원래 예약이 안 되는 자리다. 비상구 자리의 특징은 보통 앞이 트여 있어서 발이 편하다. 장시간 비행이 예정되어 있다면 기꺼이 해볼 만한 수고이다. 일단 예약 시에는 앞 쪽 복도 자리를 확보한 후에, 당일에 비상구 자리를 노리는 것이 현명하겠다.
당연하겠지만 출장은 무조건 여행사를 이용하여 발권하여야 한다. 현지 출장 중에 갑자기 일정이 생겨서 중간에 귀국 편을 조정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에 대비하여 여행사와의 긴급 연락망도 갖추어야 하고, 현지 도움(항공사 현지 데스크) 등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자.
<호텔 예약>
주최 측에서 호텔을 이미 섭외하고 그곳이 공식 회의장인 경우 미련 없이 그곳으로 예약한다. 굳이 다른 숙소를 시도한 경험이 있으나 그냥 주최 측이 주선한 호텔이 나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한 적이 있다. 나 역시 서울에서 국제회의를 여러 번 개최해 봤고, 호텔은 늘 고심해서 선정했다. 숙박 요율도 단체 할인이 들어가서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회의 등 행사가 해당 호텔에서 개최되니 동선 측면에서도 편하다. 혹시 호텔이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주최 측에서 정한 것이니 내 탓이 아니라는 점도 장점이라고 하겠다.
직접 호텔을 예약하는 경우 booking.com, hotels.com 등 예약사이트에서 평점을 꼼꼼히 확인하고 가능한 4점(5점 만점) 이상의 호텔에 예약할 필요가 있다. 후진국의 경우에는 사이트별로 노출되는 호텔이 다른 경우를 봤다. 이때는 해당 호텔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를 포함하여 복수의 예약사이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에어비앤비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호텔 위주로 다니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호텔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고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안전 또한 담보되어 있는 곳이다.
숙박비를 아끼려는 목적으로 호텔을 선정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와 도시마다 객실의 사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느 고물가 도시는 1박에 수십만 원짜리 방에 묵어도 단출하기 그지없고, 동남아를 가면 광활하고 럭셔리한 방에 머물 수도 있다.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해당 도시의 특급호텔과 4성급 호텔 중 평점이다. 별 5개가 만점이면 4개 이상, 10점 만점이면 8점 이상의 호텔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 호텔은 refundable로 예약한다. 확실해 보이는 출장 일정이더라도 무슨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 해외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