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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Jan 04. 2023

20kg 감량 후 요요 없이 유지한 팁

그리고 새해 간헐적 단식의 시작

결혼한 지 몇 년 안 되었을 때다. 첫째가 아기였을 때였던 것 같다. 불쑥 장모님이 한의원에 가자고 했다.


'아니 사위한테 무슨 보약을 또. 역시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야!'


룰루랄라 장모님과 함께 한의원에 갔다.


그러나 한의원 간판을 본 순간 헉! 바로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이었던 것이다.

자존심이 팍 상했다. 원장님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약을 가져왔는데, 멘붕이었던 나는 이런저런 질문에 멍한채 맥없이 대답했던 것 같다. 당시 내 체중은 100킬로에 조금 못미쳤다. 내 키는 178 센티. 당연 비만이었다. 발톱 깎는 게 조금 불편하긴 했다. 그래도 술과 친구를 좋아했고, 밤늦게 먹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바닥이지도 않았다.


가슴속 깊이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면서 내 전투력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3개월 만에 폭풍 감량한다!'


그때 먹었던 다이어트약은 그래서 효과가? 효과는 있었다. 약의 기능은 바로 식욕을 감퇴시키는 것이었다. 밥을 한 숟가락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밥을 거의 먹지를 않으니 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부작용은? 있었다. 평소에는 잠을 잘 잤는데 누워도 쉽게 잠이 오질 않는 점이 문제긴 했다. 


약에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집 근처 한강변에 나가서 조깅도 열심히 했다. 그때 살던 집이 성동구 금호동이었는데, 처가는 송파구 문정동이었다. 어느 주말 가족 모임이 있었는데, 걸어갔다. 거의 15킬로미터 가까이 되는 거리다. 또 기억나는 게 어느 추운 겨울날, 정말이지 한강변에 칼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나이키 흰색 패딩을 입고 귀마개를 하고 성수대교까지 뛰었다. 살은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했다. 2주 만에 5킬로, 한 달 만에 8킬로, 두 달 만에 12킬로, 약간의 정체기가 한동안 왔다. 그리고 다시 살을 빼서, 다섯 달이 걸리긴 했지만 총 20킬로를 감량했다. 


다이어트와의 '전쟁 같은 사랑'을 실천하던 때였다. 그렇다. 살은 조금 독해야 뺄 수 있다. 그렇다고 나는 독한 남자는 아니다. 음...


그리고 그 체중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바지는 33에서 34인치를 입는다. 건강검진을 받아보면 지금도 과체중이긴 하다. 아저씨 뱃살도 적당히 있다. 그러나 지금 체중에 만족하고 지내고 있다.


결혼사진 액자가 우리 집에는 없다. 살을 빼고 난 후의 아빠의 모습만 기억하는 아이들 때문이다.


"아빠, 엄마 옆에 있는 저 남자는 누구야?"

“응?”

이사하는 어느 날 액자를 다 뽀개서 버렸다. 오해마시라.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아내를 여전히 사랑한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감량 비법이나 요요 없이 오랫동안 체중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어본다.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참고로 나 역시 해외의 검증된 의사와 우리나라의 유명한 다이어트 의사분들의 책들을 찾아서 읽어봤다. 내 경험과 공통된 분모를 소개한다.


1. 먹는 것이 핵심이다.

2. 운동으로만 살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꼭 필요하다.

3. 체중을 매일 잰다.

4. 다이어트 약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또한 인플루언서들의 비법이나 인터넷 검색결과는 맹신하지 않는다.


첫째, 먹는 것. 단언컨대 먹을 것 다 먹으면서 살을 빼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보다 무조건 적게 먹어야 빠진다. 드라마틱하게 양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식당에 가서 밥 한 공기가 나오면 나는 1/3만 뚝 덜어내서 그것만 먹었다. 야식은 하지 않았다. 저녁 7시 이렇게 시간을 정해놓고 물만 마셨다. 정 입이 궁금하면 토마토나 샐러리를 먹었다. 음식 종류는 가리지 않고 먹었다. 채소 위주의 식사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어렵다. 여하튼 적게 먹는 게 핵심이다. 술자리를 도망다니긴 했지만, 피할 수 없는 술자리가 있었다. 거기서도 삼겹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쌈 채소만 먹어댔다. 그랬더니 음주량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지금은? 지금도 과식은 하지 않는다. 밥도 한 공기를 다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밤늦은 시간 야식을 시켜 먹은 적도 없다. 애들 때문에 치킨을 먹더라도 윙 한 개 정도 맛만 본다. 음식의 종류는 여전히 가리지 않는다. 다만, 나는 오래전부터 짜게 먹는 것을 싫어했다. 이미 간이 어느 정도 되어있는 설렁탕에 소금 한 스푼을 또 듬뿍 넣어 먹는 이들을 본다. 피해야 할 식사방법이다. 나는 빵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빵과 떡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은 다이어트에는 좋지 않다. 브런치 정도에 마음껏 먹고 그 시간 이후에는 안 먹는다. 마지막으로, what to eat와 when to eat를 비교하자면 후자가 더 중요하다. 저녁에 정해놓은 시간 이후에만 금식해도 살은 빠진다.


둘째,  운동. 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살이 빠지지 않는다. 식이요법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유산소 운동을 열심히 하면 물론 도움이 된다. 걷고 뛰고, 웨이트를 하는 것은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꼭 필요한 습관이다. 그러나 오늘 트레드밀에 올라가 10킬로미터를 달렸다 한들, 운동했다고 마음껏 먹는 순간 도루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만 빠지고 몸은 건강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나는 피트니스 트래커를 착용한 지 6년이 넘었다. 시중에는 애플워치, 핏빗, 갤럭시 워치, 샤오미 등 종류도 많다. 시계 대신 착용하기를 권한다. 나는 하루 만보, 한 달 30만보를 실천한 지 꽤 오래되었다. 하루 만보 걷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것도 아니다. 의식적으로 많이 걷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피트니스 트래커가 꾸준히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체중 재기. 체중은 매일 아니면 자주 잴 필요가 있다. 나는 체중 감량 이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올라간다. 내 평소 체중에서 몇 킬로 업다운은 나도 있었다. 특히 겨울에 체중이 불어나는 일이 잦았다. 1-2킬로는 용인할 수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경우 안간힘을 쓰고 돌려놓았다. 체중계가 없다면 당장 구매할 것을 권한다. 스스로 경계가 된다.


넷째, 약물이나 주사. 다이어트약 복용이나 주사를 맞는 것은 딱히 권하고 싶지 않다. 나는 말한 대로 약을 복용하면서 살을 뺐지만, 그 약에 마황(에페드라) 성분이 들어있었다. 마황은 집중력을 높여주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마황은 미국 FDA가 2004년 금지한 약물이라는 점을 참고했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금지되지 않았다. 위험성이 있는 약물인만큼 한의원에서도 이 점을 알면서 용량을 조심스럽게 처방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비타민 같은 약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밖에 정말 수많은 다이어트 약들이 있다.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지인은 이런저런 약을 다 써봤지만 효과가 별로였는데, 최근 S로 시작하는 주사를 맞는데 효과가 있다고 좋아했다. 약물이나 주사는 효과가 있겠지만, 부작용도 당연히 생길 수 있다. 그때 내가 살을 빼는 것을 보고 따라한 여러 지인들이 있다. 일시적으로는 살을 뺐지만 죄다 요요가 왔다. 심지어 내 어머니도 따라 했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고령자는 그래서 다이어트를 특히 조심해서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으로 다이어트를 검색하면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다이어트는 거대한 산업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다이어트 의원, 업체, 인플루언서 모두 자신의 방법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자랑을 하고 의학적 뒷받침도 붙인다.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 파란약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다이어트약이나 주사가 한쪽에 있다면 반대편에는 좋은 습관이라는 약이 있다. 내 경험으로는 둘 다 현명하게 복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절식을 실천하고 야식을 거부하는 습관, 그리고 유산소 운동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하는 약을 스스로 개발해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23년 새해 결심으로 나는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려고 한다.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은 일주일에 이틀 16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하는 다이어트를 말한다. (fast에는 빨리빨리 뜻도 있지만 단식한다는 뜻도 있다.) 아침/점심을 건너뛰거나, 점심/저녁을 연속으로 건너뛰는 것이다. 이틀 연속으로 하지는 않는다. 신체가 지방을 태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뇌신경외과 권위자 라훌 잔디얼도 그의 책에서 본인이 실천하고 있다고 강력 추천한다.  


선사 시대의 선조들을 생각해 보라. 수렵 채집인들은 어느 시기에는 풍족하게 먹었을 것이고, 어느 시기에는 극도의 기근이 밀려와 굶주렸을 것이다. 인류는 음식이 풍부한 시기와 부족한 시기를 번갈아 겪으며 살아남은 것이다. 하루 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 뇌의 천연성장인자가 증가하는 데, 이 인자는 뉴런들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다. 진화 시스템이 우리의 신체와 뇌를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최상의 상태로 기능하도록 디자인한 결과일 것이다.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 라훌 잔디얼


나는 오늘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요즘 강추위라서 활동이 줄어서 그런지 체중이 2킬로 불기도 했다. 일단 중도에 포기하거나 몸에 무리가 안되도록 일주일에 하루만 해보련다. 매주 수요일 점심과 저녁을 굶고 물만 마시는 것이다. 6개월 뒤에 그 경험을 기록해 보겠다.


오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를 보니, 미국의 경우 2000년에서 2020년 사이에 비만율이 30.5%에서 41.9%로 올랐다고 한다. 선진국 중 최고수치이며, 일본에 비하면 10배다. 비만은 수명을 단축시키고, 당뇨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비만율은 미국에 비하면 매우 낮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연초다. 다이어트 결심을 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감량과 유지에 성공할 것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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