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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Apr 25. 2023

챗GPT와 에덴의 사과

챗GPT가 화제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가장 큰 특징은 인간과 흡사한 자연어 구사다. 태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거나, 의뭉스러운 답을 하기도 하고 창작도 쉽게 해낸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신기술임에는 틀림없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사과 이야기를 모르는 이는 없다. 아담과 이브에게 하느님은 선악과, 즉 사과를 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이브는 뱀의 유혹에 빠진다. 


"먹어봐, 너는 신처럼 될 거야. 모든 것을 다 알게 될 거야." 


이브는 한입 베어 물고, 아담에게도 권한다. 둘의 눈은 개안되었으나, 돌아온 것은 수치심에 대한 자각이었다. 신이 꾸짖자, 아담은 이브를 그리고 이브는 뱀을 비난한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그들은 이제 불완전한 세계에서 고난에 가득 차 살아가는 숙명을 지게 된다. 


수천 년이 흐른 현재로 돌아와 보자.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모르는 이 또한 없다. 애플회사의 로고는 바로 사과다. 그냥 사과가 아닌 한 입 베어 물은 사과. 스티브 잡스는 에덴동산을 생각하며 이 로고를 만든 것일까? 그건 아니었다.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에서 잡스는 그저 과일 그것도 사과를 좋아해서 만든 것이고, 한 입 먹은 자국도 그냥 내버려 두면 체리처럼 보이기에 그렇게 그린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상상을 해본다. 혹시라도 인간 내면의 심연에 깃든 뭔가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잡스 조차도 자기가 알지 못하는 깊이 있는 뭔가를 발견했고, 그것이 사과로 표출된 것이라고 하면 지나친 확대일까?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사과를 베어 무는 것과 연관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 말이다. 


생각의 끝에는 바로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마지막 단계는 무엇일까? 팀 켈러(Tim Keller)는 에덴동산의 이야기가 인간이 가진 유구한 "권력"에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한다. 생각해보면 미래의 AI가 인간처럼 "권력"을 탐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이언 호가스(Ian Hogarth)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다음과 같이 기고했다.


미래의 AI는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어버린" 신과 동격인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산업혁명 시절의 러다이트(Luddite) 운동을 기억하는가? 기계화로 일자리를 잃게 생긴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난 소요였다. 챗GPT의 등장을 보면서 누구도 제2의 러다이트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진보의 적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허구한 날 기술 진보의 어두운 면만 볼 것이냐는 비판을 듣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춤추는 로봇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우리다. 여기에는 우리 인간이 로봇을 만들었으며,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녹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제어력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때가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일렁인다. 훗날 AI가 권력을 지향한 채, 인간보다도 훨씬 발달해 버리는 경우, 인류는 퇴보와 멸망의 길을 갈지도 모른다. 나를 포함해 이 두려움을 그저 소수의 공포로만 치부해서는 안될 것 같은 이유다.  



* 이상은 WSJ의 2023.4.20자 페기 누난의 기고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Garden of Eden"을 많이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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