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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Jul 05. 2022

대법원 때문에 둘로 쪼개진 미국

Roe v. Dobbs

연방국가인 미합중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수십 년간 미국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받아온 낙태권 판결 즉, Roe v. Wade를 뒤집어버린 연방대법원 때문이다. 이번 판결을 Dobbs라고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다음과 같다. DOBBS, STATE HEALTH OFFICER OF THE MISSISSIPPI DEPARTMENT OF HEALTH, ET AL.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ET AL. 판결문 원문은 링크해 놓았다. 200페이지가 넘어가긴 한다. 

https://www.supremecourt.gov/opinions/21pdf/19-1392_6j37.pdf


미국은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 같은 기관이 따로 없고, 연방대법원에서 유사한 기능을 한다. 어떠한 기준으로 심사를 하는지 간략히 본다. 변호사 시험 빈출 분야이기도 하다. 위헌적인 법규인지를 들여다보는 적법절차의 원칙(substantive due process of law) 준수 여부 판단에 있어서는, 해당 권리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fundamental rights)인지가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프라이버시권이다. 헌법상의 권리일 경우 엄격하게 이를 보장해야 하므로, 주정부에서 함부로 권리를 제한했다가는 위헌이 되고 만다(strict scrutiny). 그렇지 않은 경우 주정부에는 합리적 기초(rational basis)라는 부담이 부과되는데, 쉽게 말해 주정부 마음대로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Roe 판결에서는 낙태와 관련한 주정부 규제가 여성에게 과중한 부담(undue burden)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제시하였으며, 수십 년간 엄격 심사(strict scrutiny)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따라서 주정부에서 함부로 낙태권을 제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Dobbs 판결에서 Roe를 뒤집어 버렸다. 연방대법원은 "낙태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아니다(the Constitution does not confer a right to abortion.)"라고 한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 기초(rational basis) 기준이 적용되므로 주정부는 이제 낙태를 손쉽게 규제할 수 있게 된다. 다수의견을 적은 알리토 판사는 낙태권이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것인지, 그래서 질서 있는 자유라는 미국의 시스템에 필수적인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whether the right is “deeply rooted in [our] history and tradition” and whether it is essential to this Nation’s “scheme of ordered liberty.)면서 낙태는 그러하지 않다고 못 박는다. 아울러 "개별 주는 의료계에 더 이상 소름 끼치며 야만적인 의료행위를 강제해서는 안된다."라고 적고 있는데, 나는 이 지점에서 지나친 법실증주의와 원리주의를 본다. 


반대로 소토마요르 판사를 비롯한 진보 대법관들은 반대의견에서 아래와 같이 적었다. 


"슬픈 일이다. 우리 법원에도 그렇지만 그보다도 수백만 미국 여성은 오늘 헌법이 보장하던 기본권을 잃어버렸다." ("With sorrow — for this Court, but more, for the many millions of American women who have today lost a fundamental constitutional protection — we dissent.")


판결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으나, 미국의 여론은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연방대법원 판사들의 보수화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적겠지만 총기규제 완화 판결도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연방대법원 총 9명의 법관은 종신제이다. 본인이 사임하거나 죽기 전에는 그냥 가는 거다. 현재 9명의 법관 중 보수성향의 법관이 다수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 3명이 임명되었고, 며칠 전 잭슨 흑인 여성 대법관이 취임했는데, 진보성향으로 추측되나 두고 볼 일이다. 특히나 보수 중의 보수인 흑인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30년이 넘게 대법관으로 재직 중에 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시절 공개적으로 그의 편을 들기도 했다. 


미국의 분열을 최고의 사법기관에서 자초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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