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도 ‘어머니의 날’ 이 한국과 같은 5월에 있다.
( 이 나라는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을 각각 다른 날짜에 기념한다. )
어머니의 날을 염두한 건 아니지만, 어찌어찌 날짜를 맞추다 보니 그 주 주말에 남편과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후 집에 오니 아이들이 유난히 내 눈치를 본다.
‘뭐지?? 뭐 잘못한 거 있나?’
속으로 생각했다.
점심에 고기를 좀 과하다 싶게 먹어서 저녁은 먹지 말자고 남편과 얘기를 했다.
나이 듦의 결과물 중 하나가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다.
점심을 좀 과하게 먹으면 저녁까지 더부룩한 기분이 들어 별로다.
그런데 조금 이따 아이들이 갑자기 레스토랑 쉐프와 서빙 직원 모드로 오더니
“손님, 저녁을 몇 시에 드시고 싶으세요?
원하시는 시간을 골라서 체크해 주세요. “
라며 메모지를 한 장 건넸다.
6시/7시/8시 셋 중 하나를 골라 ‘예약’을 하라고 했다.
고딩, 대딩인데 이런 ‘역할 놀이’를 하면서 엄마에게 서프라이즐 해주다니!!!
이런 귀여운 녀석들!!!’
소화가 너무 안되고 더부룩했지만 너무 늦게 먹으면 다음 날 부담스러울 것 같아 7시로 예약했다.
7시 정각에 식탁으로 오라고 해서 남은 시간 동안 뇌가 위에게 끊임없이 세뇌를 시켰다.
‘나는 소화가 다 됐다! 배가 무지 고프다!’
그런데 생각보다 위가 뇌한테 쉽게 세뇌되지 않았다.
아직 배가 빵빵했다.
7시에 맞춰 남편과 식탁으로 갔더니 가벼운 애피타이저와 곁들임 칵테일을 서빙해 줬다.
애피타이저를 후딱 먹고 메인을 기다렸다.
기다림…
그리고 기다림..
기다림…
또 기다림 끝에 거의 8시쯤 메인 요리가 나왔다.
이때 이미 배가 너무너무 불렀지만, 처음부터 ‘디저트’까지 준비되어 있다고 알려줬기에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
드뎌 디저트 등장! 따단~!
말이 디저트지 저거 보통 레스토랑에서 주는 한 끼 아침메뉴다.
시리얼+그릭요구르트+각종베리들+누텔라의 조합이다.
다 먹고 나니 정말로 배가 너무너무 불렀지만, 아이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잊을 수 없는 ‘2025년 어머니 날’을 보냈다.
엄마로서 별로 해 준 것도 없는데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사랑이 너무나 커서 고맙고 미안하고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얘들아~
고마워~~
언제 이렇게 큰 거니..
엄마도 갑작스럽게 갱년기 분노 올라올 때마다 이 사진들 보면서 분노 조절 잘해볼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