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또 없다!!!!

아 진짜 또 화가 부글부글 올라온다.
남편 없이 혼자 출근 한 날
점심을 대충 때울 요량으로 도시락도 안 챙겼다.
사무실에 라면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그걸로 대충 때울 계획이었다.
젊었을 땐 소화능력이 좋아서 그랬는지 라면을 먹어도 소화만 잘 되더니 요즘은 라면을 먹으면 속이 영 펼칠 않았다.
먹긴 먹어야 하는데 영 당기질 않아서 계속 미루다가 3시쯤 먹으려는데 하필 딱 손님이 왔다.
당연 손님 응대가 우선이니 손님 응대를 성심껏 하고.. 손님을 보내고 나니 3시 반쯤 되었다.
갑자기 허기가 확 밀려왔다.
너무 배가 고프니까 손도 막 떨리는 것 같고.. 여하튼 빨리 뭐라도 밀어 넣어야 할 것 같았다.
우리 언니가 한국에서 준 보물 같은 선물.
*라면포트*
전기만 딱 꽂고 라면을 끓이면 되니 얼마나 편하던지
신세계였다

사무실에 별도의 주방 시설이 없어서 라면 하나 끓이려면 버너에 냄비에 뭐 펼쳐 놓고 하려면 귀찮고 번잡했는데 라면포트는 간편해서 좋았다
근데 문제는 그게 한국제품이라 이 나라에서는 전압이 안 맞아서 어댑터를 꽂아서 써야 했다.
물을 적당히 채우고 콘센트에 코드를 꽂으려는데…
으이그 또 없다!!! 어뎁터가 또!!!!! 또!!!!!! 또 없어!!!
진짜 짜증 난다.
사무실을 다 뒤져보니 살짝 불량인 어뎁터가 하나 나왔다.
그걸 어찌어찌 고쳐서 대충 꽂아서 잘 달래 가며 라면을 끓여 먹었다.
라면이란 자고로 센 불에 끓여야 제 맛인데, 불량 어뎁터 때문인지 중간에 자꾸 접촉불량이 생겨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라면이 팅팅하게 불기만 하고 꼬들한 맛이 하나도 없었다.
으이그 진짜 이 인간!!!
당장이라도 전화 한 통 해서 막 뭐라 하고 싶었지만, 워~워~~ 했다.
20년 결혼 생활과 사귄 시간까지 따져보면 이 인간을
알아온지가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내 잔소리, 큰소리로 바뀌는 건 하나도 없었다.
내 입만 아프다.
남편은 뭐든 ‘이동’시키는데 재주가 있다.
난 뭐든 쓰고 나면 다시 그 자리에 둬야 되는 성격인데, 남편은 쓰고 제자리에 두는 법이 없다.
사실 저 어댑터도 지난번에도 딱 쓰려는데 없길래 집에서 하나 찾아서 코드에 딱 꽂아두었는데 또 어디에 써버린 건지.
아니 썼으면 원상복귀 시켜 놔야지.
손톱깎기도 남편이 한 번 쓰면 그다음엔 도통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뭔가를 그와 공유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결국 내 전용 손톱깎기를 하나 사서 내 가방에 두고 나만 쓴다.
우리 집에 손톱깎기가 여러 갠데 그 많은 것들이 여기저기 다 숨어있을 땐 딸들이고 남편이고 결국 다 나에게 빌리러 온다.
그니까 제발 좀 쓰고 제자리에 둘 수 없겠니?
불행히도 우리 큰 딸도 이런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뭐든 쓰면 제자리에 두는 법이 없다.
어느 날 교회 가는 길에 차에서 열심히 화장 중이었다.
평소에는 화장을 하지 않고 교회 가는 날만 일주일에 한 번 화장을 하는데 어머나! 아이라이너가 없다.
오래간만에 아이섀도에 마스카라까지 나름 풀. 메를 했는데, 아이라이너가 없다.
하여튼 이놈의 가스나!! 쓰고 또 지 방에 아무 데나 던져 놨겠지!!
딸들은 아이라이너 안 하니까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어쩐다 나를 진정시키려고 말도 아닌 소리를 했지만, 내가 보기엔 딱 봐도 화장 다 못 끝낸 티가 났다.
정말 너희들에게 뭐 빌려주기 싫어!!
너네랑 공유하면 스트레스받아!!
나름 방법을 찾은 게 숨겨놓고 혼자 쓰기인데, 나이가 드니 뭐를 숨겨 놓으면 이제 내가 기억을 못 한다는…

하… 쉽지 않아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