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오고 있을까..
한국에 엄마집은 오래된 빌라이다.
길가로 창문이 나 있어서 밤이고 낮이고 길에 다니는
사람들의 소리가 다 새어 들어온다.
초등학생들의 등교 소리가 조잘조잘 스며 들어오기도 하고, 사람들의 수다가 들리기도 한다.
새벽엔 술에 취한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또 때로는 고성이 들려 숙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오늘 알고리즘에 의해 어떤 다큐를 보는데,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마치 어린이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이 시대에 일어나고 있어서 신기했다.
요즘 세상은 뭐든 더 빠르게 빠르게만 가고 있는데 그곳은 좀 느리지만 따뜻했다.
마음 따뜻한 한 사람으로 인해 그 온기가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보는데 참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느낌이 들며 오히려 ‘판타지 ’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판타지’는 ’폭삭 속았수다 ‘의 양관식이 ’ 판타지‘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처음엔 영상 한 편만 보려고 했는데 결국 완결까지 다 보고 그 영상 속 한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 됐는데 다른 방송분을 보니 그분이 건강을 회복하셨다는 소식에 할머니와 아무 상관도 없는, 나는 나도 모르게 ‘다행이다’는 혼잣말을 하며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그중 내 마음을 ‘쿵’ 하게 만든 장면은 간호사가 외출 중인 친정 엄마를 기다리는 방면이었다.
창문을 열어 목을 빼놓고 엄마가 언제나 오시려나 기다리는 장면에서 우리 엄마가 겹쳐 보였다.
누가 나를 저렇게 간절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겠는가.
남편도 아이들도 아니다.
나를 그렇게 간절하게 기다리는 사람은 오직 엄마뿐이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공항에서 공항 인터넷을 연결하여 엄마에게 대충 도착 시간을 알려드렸다.
이동 중 예상 시간보다 지체가 되었지만 인터넷이 바로 연결하지 않아 따로 연락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려보니 엄마는 길에서 날 기다리고 계셨다.
딱히 앉을 의자도 없는 곳에서 하염없이 기다리신 마음이 죄송스럽고 고생스러우셨을 것 같아
“내가 언제 올 줄 알고 이러고 계셨냐 “
고 잔소리했더니
“오래 안 기다렸다 ”
말씀하셨다.
그 이후에도 외출했다가 예상 도착 시간을 알려드리면 엄마는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 길 어딘서가에서 나타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몇 년 전에 부모님을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초대했었다.
출근길에 항상 바쁘고 정신없이 인사하고 나갔는데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무의식 중 우리 집 현관을 바라보니 엄마는 아직 문을 닫지 않으시고 계셨다.
내가 엘베 탈 때까지 그렇게 매일 바라보고 계셨나 보다.
딸이 사라질 때까지.
무심한 딸은 언제쯤 엄마의 큰 사랑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아마 영영 불가능하겠지.
그때 엄마의 배웅이 너무 따뜻해서 그날 이후엔 나도우리 가족이 외출할 일이 생기면 특별한 일이 없을 땐 꼭 배웅해 준다.
아이들도 나처럼 내가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몰랐다.
남편도 몰랐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남편은 아직 현관문을 닫지 않은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손인사를 하고 손가락 하트도 날려주었다.
어느 날은 남편이 아이들에게도 말했다.
“엄마가 너네 엘베 탈 때까지 문 안 닫고 보고 있는 거 알아?”
그날 이후로 아이들도 엘베 타기 전에 고개를 돌려 나에게 손인사를 한 번 더 하고 간다.
우리 엄마처럼 창문을 열어 아이들을 기다리진 못하지만, 외출 후엔 반갑게 맞이해 주고 외출 시엔 눈길로 그
길을 끝까지 배웅해 준 기억을 갖고 있다면 ‘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엄마의 그 배웅과 기다림으로 이렇게 엄마의 사랑을 단단히 느끼고 있으니
* 다큐 링크 걸어둡니다 *
https://youtu.be/mKtu6F5Dgro?si=J1J5r1wDU23Y_i_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