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전라도 출신이시다.
서울살이 40년이 넘으셨지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말솜씨는 여전하시다.
예전 어느 예능 프로에서 전라도출신 트롯 가수가 서울 말씨를 써보겠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억양때문에 티가 나는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다.
나도 서울살이가 40년이 넘고 심지어 시골 사투리가 채 굳어지기 전에 서울에 올라왔지만, 사투리와 억양이 쎈 엄마 아빠랑 오래 살아서 그런지 맘만 먹으면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할 수 있다.
이민을 나가서 고향을 떠나 오래 살아온 사람이랑도 몇 마디만 나눠보면 신기하게도 어디 출신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아무리 티를 안내려고 해도 지역의 특유의 말투와 억양은 드러난다.
예를 들면,
전라도 출신들은 ‘예’자 발음을 ‘에’에 가깝게낸다.
‘예수님’이 아니고 ‘에수님’이라고 발음한다.
또 ’왜?‘라는 발음은 ’으애?‘에 더 가깝다.
남편은 서울 출생이지만, 경상도 출신이신 시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일요일’을 ‘이료일’이 아니고 ‘일료일’이라고 발음하고 ‘금요일’을 ‘그묘일’이 아니고 ‘금료일’이라고 발음한다.
한 번 굳어버린 습관을 교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발음뿐이 아니고, 굳어버린 문장들이 있다.
엄마는 얼마 안 남은 음식을 먹을때는 꼭
“묵어 치워부러라”하신다.
난 음식물 쓰레기통이 아닌데.. 왜 치우래?
”얼마 안 남았으니 남기지말고 다 먹자~“하면 될 것을…
며칠 전 조카랑 같이 고기를 먹다가
“ㅇㅇ야 고기 많이 먹었어?”하니까
“네! 많이 주워 먹었어요~”이러길래
“야 뭘 주워먹어? 그냥 먹는거지”라고 말해줬는데
오늘 엄마랑 식사를 하는데 엄마가
“많이 주워먹었다.”하시는거다.
“엄마! ㅇㅇ(조카)도 그렇게 말해서 내가 뭐라했는데 엄마도 똑같이 말하네?”하니까
“내가 키워줘서 그런가보다.”하신다.
맞다 그 조카는 엄마가 키워주신 조카다.
내가 며느리라면 뒤에서 흉보고 말텐데 엄마니까 하나 하나 다 꼬집었다.
언니랑 엄마의 저런 말투를 뒷담화(?)하는 중에 예전에 형부가 “묵어 치워부러.”소리를 듣고 집에 가서 언니한테 뭐라 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라도 말을 안해주면 엄마는 엄마의 말솜씨가 어떠신지 영영 모르실 것 같았다.
“엄마는 왜 말을 그렇게 해?”
“잉, 전라도 사람들이 말을 뽄새 없이 하지잉?
나도 알아
그란데 그때는 다 그렇게 말항께 내가 그렇게 말한지도 몰랐어.“ 하신다.
그러네.. 살면서 다양한 지역의 말을 들어봤어야 내가 남들과 다르게 표현하는구나를 자각할텐데, 다 똑같은 말을 쓰시니까 비교 자체를 못하셨구나.
엄마의 말을 들으니 엄마 입장이 이해가 됐다.
내가 또 잘난척을 떨고 엄마를 가르치려들었네
엄마 입장을 먼저 들어보지도 않고.
딸과 엄마는 애증의 관계라고 하던가?
너무 사랑하기에 , 또 또다른 나 같아서..
엄마의 삶이 애처롭거나 안쓰러울때 위로하기 보다는 짜증이 먼저 올라온다.
다 받아주고 다 품어주려고 했는데 말하다보면 차가운 말투로 툭 싸질러버린다.
엄마도 내가 다 맘에 들지는 않을텐데..
엄마는 다 참아주신다.
좀 어른이 됐나 싶었는데… 나이가 50이 다 돼도 역시 나는 엄마 앞에서는 철없는 딸이구나
아직도 나는 성장 중…
*오해마세요
절대로 특정 지역을 폄하하고자 쓴 글은 절대 아니에요.
서울 말처럼 부드럽진 않아도, 가끔은 사투리로 거칠게 표현할 때 더 진한 사랑이 녹아있는 걸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