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달 동안 한국을 다녀왔다.
고딩 대딩 딸을 두고 있는 엄마의 결정치고는 어찌 보면 무책임해 보일 수 있겠다.
한국에 가서 지인들을 만나보니, 역시나 엄마의 역할은 쉽지 않아 보였다.
약속을 잡자고 날짜를 조율하는 중에 돌아오는 대답이
“그때 우리 딸 중간고사 기간인데…?”라며 거의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해서, 한 달간 자리를 비운 이 어미는 어찌나 무책임해 보이는지 나를 반성(?) 하게까지 했다.
“딸이 시험기간인 게 언니랑 무슨 상관이에요?”라며 순진무구한 질문을 하는 내게
언니는 답답하는 듯이
“얘 밥도, 간식도 챙겨줘야 하고 엄마가 할 일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그 딸과 내 딸은 같은 학년인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이들 어릴 때는 그래도 나름 아이들 학업에 관심도 갖고, 공부할 때 곁에 있어주기도 하고, 나름 간식도 챙겨주며 좋은 엄마 역할을 하다가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서는
“엄마는 몰라. 한국말도 아닌데.. 엄마가 알리가 있어? “를 반복하며 ‘모르쇠 모드‘를 컨셉으로 잡고 버텼다.
그게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미쳤는지 아이들은 다행히(?) 엄마에게 아무런 기대 없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자립심 강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중이다.
큰 애도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원하는 과에 한 번에 붙어주었으니 고맙고 감사할 일이다.
아무튼,
엄마가 한국을 가도 큰 아쉬움이나 불편함이 없는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가 한국을 다녀오면 한국 화장품을 잔뜩 들고 오니, 내가 한국 간다고 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링크를 보낸다.
한국 출발 일주일 전부터 쿠팡에서 거의 매일 물건이 배송된다.
99프로가 화장품이다.
외국에 살면서 외국 아이들과 외국 말을 쓰고, 외국 음식을 먹지만, 한국 화장품은 그 모든 것을 이겨낼 만큼 강력한가 보다.
하다못해, 뷰러(속눈썹 집게?)까지 한국 제품이 좋다고 사들이는 통에 오히려 한국에 있는 언니가 우리 아이들이 사는 걸 보면서 따라서 쇼핑을 한다.
근데 사실 나도 한국 화장품을 잔뜩 사 왔다.
외국에 살면서 그 가격에 그 정도의 만족감을 주는 것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에 살면 가끔 애국심이 뿜뿜 차오를 때가 있는데, 화장품을 써보면 역시! 대한민국!! 소리가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