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빴다.
졸린 눈을 비비고
밥을 안치고, 맛살을 볶고, 계란을 부치고, 소고기 양념을 했다.
최근에 읽은 S브런치 작가님 글을 읽다가 깊은 반성이 일어 백 년 만에 나름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준비했다.
사실은 어제저녁에 김밥을 싸려고 몇 가지 재료는 미리 준비를 해놨었다.
그런데 예고 없이 시작된 남편과의 대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저녁 식사는 그냥 스팸 굽고 김치랑 대충 때웠다.
보통 8시쯤 출근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7시쯤 기상하는데 오늘은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다가 주방에 나온 시간이 6시 20분쯤 돼버렸다.
밥이 다 되고 양념을 하니 벌써 7시.
나는 손이 엄청 느리다.
남들이 주말에 밑반찬 만들어 놓고 사진 찍어 올리는 거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어떻게 하루에 반찬을 8-10가지 만들 수 있는지
나는 손도 느리고 아이디어도 없고 또 변명하자면 여기에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아서 그렇게 다양한 밑반찬을 냉장고에 두고 쟁여 먹는 것은 상상이 안된다.
우리 집은 기본 메인 메뉴 하나에 밑반찬은 많아야 김이나 계란 정도다.
대신 같은 메뉴를 두 번은 먹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냉장고에 들어갔던 음식을 아무도 안 좋아하기 때문에 1일 1찬일지라도 항상 새로운 메뉴로 먹는 편이다.
또 하나 우리 집만의 특징이 있다면,
우리 집 김밥에는 단무지가 안 들어간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초창기 이민 시기에는 단무지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혹시 구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쌌다.
단무지 하나 있고 없고 가 그렇게 큰 차이라고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과감히 빼버렸다.
물론 무를 사다가 내가 단무지를 만들 수도 있지만,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김밥을 싸겠다고 단무지를 만들 부지런함이 내게는 없다.
그래서 단무지를 안 넣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김밥에 단무지가 안 들어가는 맛에 익숙해져서 이제 단무지를 넣어주면 오히려 싫어한다.
그 새콤함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 집 김밥은 새콤한 단무지 대신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더 매력이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김밥 한통씩 싸들고 가서 오늘도 밥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