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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Apr 06. 2020

정신적 공복감

노란 개나리꽃은 지천에 만발하고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벚꽃은 꽃비가 되어 휘날린다.

색색 고운 꽃 무더기는 곁 보기에 화려해도 숨긴 매력은 소박 함이다.

조금 지친 일상이 누적된다.

뚝하면 딱. 말하지 않아도 통했던 감각도 무뎌지고 정신적 공복감이 똬리를 튼다. 만사가 고달프다.

아름다운 봄날을 누리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인류가 처음 겪는 신종 바이러스 탓 때문도 아니다.

살다 보면 대책 없는 일은 허다하다. 차이만 조금씩 다를 뿐.    

 

코로나 바이러스 역습은 어쩌면 인간의 이기심이 양산한 것일 수 있다.

인류의 발전과 개발이란 명분으로 자연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지구 환경, 기후의 변화도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가져온 예고된 참사라는 것이다.

여전히 해결의 답이 나오지 않는 충격적인 현실이 당혹스럽지만, 전 세계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지금의 제한된 상황이 답답해도 안전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그런 그렇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허허롭고 시답잖은 무례함이 생긴다.

마음의 여유가 소실되어가고 있다.

절대 공간의 제한에서 벗어나는 일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각자도생이 우선되니 서로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경계선을 치고 산다.

처음에 그렇게 낯설더니 이젠 그마저 자연스럽고 익숙해졌다.

삶의 여타 한 것까지 바꿔버린 익숙함이 아니꼽고 고깝지만 그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억지로 위로한다.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 <세 가지 질문>에는 이런 물음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 대답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이며, 그를 위해 선행을 베푸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이 부분에 나는 밑줄을 그었었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는 교훈적인 말이다.

긴말이 생략된 공감은 같은 의도가 곁들여 있다.

창밖은 거드름 피우듯 농염한 봄볕이 어제보다 더 눈부시다.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출퇴근 제외한 외출 자제.. 안전 안내 문자가 순간의 선택을 방해하지만 나의 정신적 공복감을 달래줄 출구를 위해 타협은 거부한다. 이제부터 마스크와 모자, 색안경까지 챙겨서 조심스럽게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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