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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Mar 29. 2020

 진정 쓸데없는 걱정일까

“사재기 극성에 생필품 구하기도 어렵다는데 너는 괜찮은 거니?”

“네. 저는 괜찮아요. 여기도 사재기는 하는데 혼자니까 지장 없고 다 충분해요.”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아들 목소리에 안도한다.

날이 갈수록 코로나 감염 확산이 심각해지고 심상치 않은 미국 상황을 접할 때마다 불안하다.  

어련히 잘 알아서 하랴 싶은 맘이 들다가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대학은 진즉 휴교해서 학생들은 나오지 않지만 포닥 과정인 아들은 실험을 해야 해서 일주일에 서너 번은 학교에 나간다고 했다. 여러모로 조심하고 있으니 괜한 걱정은 하지 말라는 아들의 신신당부도 귓등으로 흘리고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말 그대로 걱정을 사서 하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니 J. 젤린스키는 ‘우리가 살면서 하는 걱정거리 중 96%는 쓸데없는 것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라고 했다. 즉,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 간단하고 쉬울 일이 어찌 이리 어려울까.

걱정을 해서 모든 걱정이 사라질 것도 아니고, 걱정을 해서 해결될 것이라면 해결되지 않을 일도 없겠지. 하지만 걱정이 해결되어도 또 다른 걱정이 순번을 기다리듯 생기는 게 우리 네 삶이 아닌가.  


내가 즐겨 쓰는 말 중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다. 사실 걱정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걱정에 눌려 본 적은 없지만, 아예 걱정이 없다는 삶도 정상이 아닐 지도 모른다.

적당한 걱정과 두려움은 삶을 자극하고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또 그걸 이겨내고 해소해가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생기고 희열을 안겨주기도 하니까.

자신이 바꿀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노력해서 바꿔야겠지만,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 일로 더 이상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해 낼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태산 같던 걱정도 말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듯 되어버리기도 하고,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날밤을 꼬박 세운 걱정도 날 밝으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니 살아가면서 걱정을 굳이 이고 지고 하려고 들지 말자. 걱정거리는 냉정하게 털어내고 순식간에 날려버려도 하등에 문제가 되지 않는 목이 맞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를 맞아 우리나라는 방역대책에서 전 세계적인 모범 국가로 인정을 받았고 우리의 성공적인 대응 모델을 국제사회와도 공유해나가겠다고 다.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가는 우리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동참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이를 통해 국격을 높이는 기회가 된 것은 좋은 일이긴 하나, 감염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유럽 전역과  미국, 남미 등을  볼 때 안타깝고 심히 우려스럽다.

현재로선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한다.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계가 함께 힘을 모으고 모두가 노력한다면 더 빨리 극복되리라 믿는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꽃샘 잔바람을 이겨내고 세상을 봄빛으로 채색하고야 마는 집념화사한 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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