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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Nov 25. 2020

가는 길목에서 일단 멈춤

며칠은 바쁘고 며칠은 느슨함이 반복된다.

한가롭기 그지없어 걷기라도 할까 하다가 주저앉았다.

잠시 잠잠했던 코로나 19의 재확산으로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때맞춰 울리는 같은 지역 확진자 발생 안내 문자에 그냥 발을 묶는다.

일상의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는 코로나 상황이 다시 심각해졌다. 문제다.

활동반경도 최대한 줄여야 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어울리는 것도 민폐다. 서로 조심하는 것이 나를 위하고 상대를 위하는 배려이다.

마스크를 쓰고 올 한 해를 보낼 거라 상상도 못 했건만 희망의 출구는 오리무중 여전히 위협을 받아야 하니 천하의 강적이다.

나가기 싫다는 이유에 코로나 핑계까지 대고 보니 미적지근한 기분이 된다.    


바람이 어제보다 차갑다.

붉은 단풍마저 깊어진 가을의 슬픈 표정처럼 처연해 보인다.

별스럽지도 않은데 별스럽게 느껴지는 날이다.

가을은 금세 가버린다.

열정의 사그라짐처럼 미련 없이 떠나는 가을 끝자락을 붙잡고 빈 껍데기처럼 바싹 마른 잎들만 뒤엉켜 아쉬운 이별에 애달파한다.

가을 그림자는 나뒹구는 낙엽들 사이를 헤집고 스쳐가듯 바람의 숨결을 보낸다.

헤어짐을 위로하지 말자. 일생이 다 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도 가고 도 간다.

당연하게 여겼던 젊음의 시간도 갔다. 기쁠 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이는 들어가고 인생의 남은 시간도 순간에 지나갈 것이다.  

좋았던 기억도, 아픈 기억도 무지갯빛 파노라마 사진처럼 그 속에 함께 담겨간다.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다.

인생의 의미란  무엇이든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진정한 의미란 살아있음 바로 그것이다.’

조셉 캠벨 교수의 말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인생은 말 그대로 살아 있음이다.

살아있음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이다.

살면서 스쳐가는 순간순간에 발견하는 자기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이다.

사랑과 행복, 기쁨과 슬픔, 고난과 역경 모든 삶의 모습 인생에서 그만의 가치 지니고 있기에 소중하다.

초유의 바이러스 감염사태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고 언택트 사회로 가고 있지만 아니 어쩌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문명의 전환을 맞게 될지라도 한 번뿐인 삶의 의미와 가치는 그대로 일테니까.

계절이 가는 길목에서 일단 멈춤은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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