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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Dec 21. 2020

차가움이 더 차가울 때

12월의 끝자락에서

쌩한 찬바람이 추운 겨울답다.

겨울은 단색 분위기를 가졌다.

고정된 색상의 느낌이 아닌 다분히 심리적인 느낌에서 연상되는 단색이다.

‘흰색은 가능성으로 차있는 침묵’이란 정의를 어디서 읽은 기억이 있지만, 겨울의 단색은 원숙미가 전해진다. 원색화려함과 당돌함과는 다른 꾸미지 않는 그런 기품이다.    


어느새 12월의 끝자락.

코로나로 얼룩지고 거리두기가 시대의 풍경처럼 되어버린 2020년이 저물어간다.

겨울철 대유행을 예고했지만 코로나 위기상황은 꺾일 줄 모르고 날로 더 무섭게 공격을 해댄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힘겨운 상황에 처한 이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공감한다고 해도 몸으로 직접 겪으며 체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완전히 다르다.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 어려운 이들의 아픔이 커져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해가 가면 다시 한 해가 온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시간의 속도는 빠르기만 하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것이 하루를 보내는 것과 다를  지만 일 년을 회고해 보는 시간은 필요하다.

사는 게 버겁지 않아서 다행이고 허투루 낭비한 도 없으니 그만했으면 됐다 싶지만, 그렇게 생각을 굳히려니 알맹이가 빠진 듯 허해진다.

생활이 단조롭긴 했지만 그래도 특별히 기억할만한 뭔가가 있을 텐데 기억마저 헤집고픈 의지가 희박한걸 보니 나의 단순한 뇌의 구조의 한계인가 아님 망각?

어쨌거나, 괴로운 일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괴로워지는 법이니까 굳이 떠올려서 되새김질할 필요는 없다. 시답잖은 걱정거리로 심난해했던 마음도 긍정적인 자기 암시로 스스로 해법을 찾았으면 그걸로 된 거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을 잃어버리고 코로나 확산의 불안감속에서도 견디며, 건강과 웃음을 잃지 않고 소소한 기쁨을 누렸다면 올 1년  지낸 것이다.

창가에 드리운 햇살 아래서 좋아하는 음악 질리도록 들으며, 마음이 가는 대로 마음이 머물 수 있는 여유와 자유로움을 누렸다면 그것도 잘한 일이다.

서로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이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며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면 그것 또한 축복받은 일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의욕과 열정이 남아 있다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코로나 사태로 빚어진 생경했던 모습들이 이제는 뭔가가 빠져있으면 허전할 만큼 자연스럽다.

필수 소장품인 마스크가, 어딜 가나 어디에서든 체온 체크가, 생소했던 QR체크인이 익숙해졌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은 무너졌지만 변화된 일상이 자리를 잡았다. 인간의 적응력은 대단하다.

지들 방식대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보겠다 난리를 피우며 제멋대로 활개치고 다니던 먼 나라 사람들도 결국 마스크를 고, 꼬리 내린 모습들을 보니 그게 어디 고집으로 버틸 일이던가 싶었다.

암튼, 세계를 공포로 휩쓸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창궐하고 있지만 냉정한 시간은 흘러 흘러 2020년을 보내려 한다.

코로나 종식까지 갈길은 멀기만 한데 뭘 해도 헐뜯고, 비난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들에게 불신을 조장하는 엉터리 언론,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개념도 없고, 대안도 없고, 사사건건 지적질, 미온적인 대처도, 보기에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무엇을 예상하든 세상일이 자신의 생각대로 다 흘러가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지금 처한 상황에 집중할 일이다.

바라건대 새해에는 희망의 언어가 가득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길 소망하며,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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