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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Jan 05. 2021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높은 산 위에 서 있는 나목의 위상은 존재만으로도 의연했고, 여명이 걷히며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의 장엄함은 찬란했다.

눈에 비치는 익숙한 영상을 보며 며칠 지난 새해를 이제야 실감한다.

근하신년.

새해인사에 등장하는 사자성어가 친숙해서인지 나이 들어가면서 마음에 와 닿는 한자성어가 있다.

날이 갈수록 새롭다는 뜻을 가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중국 은나라 탕왕이 세숫대야에 새겨놓고 매일 아침 얼굴을 씻으면서 뜻을 되뇌었다는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에서 유래한 말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새롭게 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날이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자기 수양 우선이다.

우리네 삶은 머물지 않고 흘러가며 진보(進步)한다. 영원불멸을 추구하고 변하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두려운 일이다. 변화의 과정이고 생성의 연속인 유한한 삶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성찰과 깨달음을 찾으며 산다.   

 

해를 거듭할수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위안을 주는 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심신이 편해지는 말은 아닌 듯하다.

숱한 고난과 역경에도 포기를 모르고 65세의 나이에 성공의 신화를 기록한 KFC의 매장 앞의 노신사 커넬 할랜드 샌더스의 그 나이가 되고 보니 그가 더 대단해 보임은 어쩔 수 없음이다.

새해, 새 출발, 새로운 시작은 여전히 설렌다. 그 설렘만큼 기대가 있고 가슴 떨림이 있다.

흔히 출발에 앞서 반 완성형인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한다. 유종의 미를 바라며 붙이는 희망적인 말이지만 어쨌거나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해가 바뀐 이즈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고, 처세의 지침으로 삼아도 좋은 글을 여기에 옮겨본다.

‘군자는 볼 때에는 밝게 볼 것을 생각하고,

들을 때에는 똑똑하게 들을 것을 생각하며,

얼굴빛은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몸가짐은 공손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

말을 할 때는 진실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일을 할 때에는 공경스럽게 할 것을 생각하며,

의심이 날 때에는 물어볼 것을 생각하고,

성이 날 때에는 뒤에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며,

이득 될 것을 보았을 때에는 그것이 의로운 것인가’를 생각한다.

<논어> 계씨(季氏) 편, 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의 한자 내용을 풀어놓은 것이지만 자신을 갈고 다듬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공자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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