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녜스 Feb 08. 2021

말 안 하면 모른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봄기운을 느끼기엔 아직은 춥다.

벗은 나무의 앙상한 잔가지가 스산하다.

집콕 모드가 능사지만, 단단히 채비하고 집 근처 숲을 찾았다.

사람의 발길이 적어서 텅 빈 고요함이 겨울 숲을 덮고 있다. 독야청청 소나무의 푸르름은 은은한 향기를 품어내고 언 땅은 풀려흙이 촉촉하다. 이따금 숲 속 어디선가에서 들리는 후드득거리는 소리마저 평화롭다.

숲의 침묵은 울림이 있다.

그 울림의 오묘함은 쉼처럼 편안하여 마음을 정화해준다. 자연의 너그러움이다. 

숲길을 느릿느릿 걷다 보면 뭉친 마음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새로움이 들어설 여지를 준다.


코로나 시국이 길어진다. 길어지는 만큼 현재의 일상이 익숙해져서 설령 코로나 19 이전의 일상으로 회복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이대로가 몸에 맞는 옷처럼 편할 것 같다.

코로나 19로 마스크 착용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등 순식간에 바뀐 낯선 모습들이 당연한 일상이 되어 언택트니, 언컨택트가 신조어가 아닌 보편적인 단어처럼 들린다. 아니 코로나 19 이후의 라이프스타일의 중요한 트렌드로 변했다. 이렇게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

다가올 미래의 세상은 상상 그 이상으로 발전하고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겠지만, 지금의 변화에도 어려워하는 나이 든 이들의 불편함과 사회로부터의 고립감은 또 어찌하나 싶은 우려의 맘도 든다.


어쨌거나,

나이가 들어가면 흔히 가족 중심의 삶으로 변해가고 생활영역도 좁혀진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도 있지만, 선택일 수도 있다. 선택은 자신이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혼자 달리는 것보다 함께 걷는 것이 좋고, 놀며 소일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봉사하는 것이 낫다.적어 놓은 글을  적이 있다. 읽으면서 그렇지만은 않던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속성상 사람들과의 관계 교류나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서로의 교감은 중요하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함께 어울리는 것은 상식이지만, 사람마다 다른 개성과 성향이 있고, 사는 형태도 다른 삶이다 보니 아무리 좋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해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누구와 함께가 아니라 혼자서 즐기는 시간이 늘어가는 요즘의 나를 보면 그렇다.

바깥나들이며 산책, 걷는 것도 혼자 하면 뻘쭘하여 남편과 동행하거나 인심 쓰듯 따라나섰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 알아서 한다. 혼자 하니 집중도 더 잘 되고 편하다.

들여다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남편과 아들도 나의 생각과 동감일 것이다.

세 사람이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남편은 은퇴인 듯 은퇴 아닌 채로 여전히 두루두루 바쁘다. 아들은 장성하여 본인은 독립하고 싶겠지만, 아직은 미혼이고 회사가 엎드리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으니 장거리 출근자들에 비하면 복 받은지라 잠시 미뤄두고 함께 지낸다.

우리 세 사람은 어쩌다 마트를 함께 간다거나, 외식할 때를 제외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일거의 없다.

가족이지만 가끔 예정에 없는 시간을 같이 보내려면 사전 예고는 필수다. 휴일도 마찬가지다. 집에서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면 마주칠 일도 많지 않다. 게임을 하든, 컴퓨터로 바둑을 두든, 티브이를 보든, 운동하든, 책을 보든, 그림을 그리든 각자가 혼자 보내는 일로 분주하다.

말 안 하면 모른다? 아니 우린 안 봐도 알아 요다. 서로의 영역을 익히 알고 있어 봐도 덤덤하고 노랫말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가 딱이다.

먹는 것만큼은 삼시세끼 잘 챙겨주고 싶지만, 평일이면 한 끼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대체되어 간다.

사는 게 점점 단출해진다. 좋은 것인서운한 것인지 애매하다.

암튼, 바삐 사는 두 사람보다 나의 시간은 더 여유롭다. 물론 예전에도 그랬지만 날이 갈수록 독립적이고 혼자서 시간을 즐기고 노는 요령도 업그레이드 되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