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없는 비닐주머니 같을 지라도
뭔가 빈곤하거나 마음이 힘들때 글을 잡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상태인가를 가늠해봤을 때, 생각보다 지낼만하구나를 느낀다. 왜냐면 글을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강박적으로라도 '아 오늘은 수요일이니까'라든지 요일을 정해두긴 했지만 위기의식이라는게 없다는 것은 위험하다던가 그런 생각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의 나를 이야기해보자면 하프코스와 10k, 트레일러닝 20k까지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있는, 그래도 러닝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글들은 과거에 내가 느꼇던 일이나 감정을 재각색해보려고 한다.
첫 5k에 도전해보고자 했다. 이유는 건강이다. 이대로는 안될거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는지 '러닝을 하겠습니다.'라고 마음먹은 것이 전부다. 인스타나 여러 인터넷글을 참조해봤을때 5k 이하의 기록은 뭔가 기록으로 쳐주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달리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먼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왜 5키로 이상은 뛰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반감을 가졌던 것 같다. (그렇다고 누굴 향한 반감은 아니었지만 억울하지 않은가 )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달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나 이제 러닝하고 있어'라는 듯한 느낌은 주고 싶었다.
그러고보니 첫 목표가 5k. 자신과의 약속, 그래 꼭 지킨다라는 왠지 모를 비장함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 아직 막 덥기전, 초여름의 분위기 였다고 생각한다. 집 근교에서 15분 정도만 가면 하천이 위치하고 있고 내가 사는 도시 (꼭 내가 사는 도시가 아니라고 해도 보통은) 하천을 따라서 어떤 대교까지가 몇키로다라는 공식이라는게 있는 것 같다. 그리로 향한다. 차가 다니거나 사람들이 다닌다거나 하는 등의 공간은 너무 부담스럽다.
달리기라고 한다면 걷는것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속도를 높여 나간다. 아마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730페이스였던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페이스이지만 늘 시작은 서툴다. 서툰 시작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봐주는것이 중요한데. 다행이게도 첫 시작과 서툴고 실수투성이인 모습에 대해서 적어도 비난하지 않으려하는 것은 내 장점이다.
10분도 지나지않아서 기침이 쏟아진다. 누군가가 봤을땐 벌써 하프 이상을 뛴 것 같은 모양새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다 땀에 젖은채로 늘어진 비닐주머니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와 함께 터져나오는 격렬한 기침은 아무래도 '러닝은 그만두고 병원에 가보는게 어때요'라고 권해주고 싶은 모양새가 아니었을까 한다.
게다가 5K는 도저히 달릴 수 없어서 3k때부터 알량한 휴대폰의 러닝앱을 일시정지하며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더 달릴 수 있을까? 이렇게 해서?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게 첫 시작의 모습이다.
산뜻하고 밝은 하루를 시작하거나 하루를 정리한다는 것이 이 러닝으로 할 수 있는 것일까? 게다가 인증조차 할 수 없을만한 3k 달리기가 아닌가? 그리고 나와의 약속 또한 지키지 못하는가? 옛날에는 그래도 체력이 이정도는 아니었던거 같은데라는 생각들이 덮치기 시작한다.
그 때마다 내가 되고 싶었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지? 어제의 나를 이긴다와 같은 괜찮은 말도 있지만 내가 원했던건 그런 경쟁의 모습이 아니다. 그저 하루의 몇시간 정도를 나한테 투자해보면서 내가 지금 속한 상황을 인지하고 수용해가면서 흔들리는 순간이나 바보같다고 여기는 순간에도 그런 나라는 사람을 보고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는 안돼, 핑계대지마, 더 할 수 있어야지'라고 엄격히 대하는 것이 아닌 '그래도 이만하길 했구나, 더 흔들릴수도 있고 핑계대고 욕할 수 있었지만 할 것은 다 했구나'라고 웃음 져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랬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당당하게 3k를 인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이 첫 시작이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록할 것이다라는 첫 다짐이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