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세이사> (2025)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하 ‘오세이사’)가 6월 13일에서 8월 24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초연을 맞이했다. 이치조 미사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오세이사>는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이 사라지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마오리와, 그런 마오리에게 우연히 거짓 고백을 해서 연애를 시작하게 된 도루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루는 켄토가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막기 위하여 마오리에게 거짓 고백을 한다.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던 고백에 마오리는 흔쾌히 응한다. 대신 마오리는 사귀는 것에 세 가지의 독특한 조건을 걸었다.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간단히 할 것. 셋째, 날 진짜로 좋아하지 말 것. 처음부터 벽을 치는 느낌의 조건과 다르게 도루와 마오리는 집까지 같이 하교하며 추억을 쌓아간다. 그리고 매일 마오리는 도루와 셀카를 찍는다. 우연히 하게 된 고백이지만 마오리와 시간을 보내며 도루는 마오리를 진짜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좋아하게 되는 것은 마오리가 걸었던 조건에 어긋나는 일. 도루는 마오리와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고 싶어 고백을 결심한다. 고백의 순간 도루는 마오리가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오리의 시간은 일 년 전에 멈춰 있다. 마오리가 도루를 알아보는 까닭은 매일 밤 하루의 일을 꼬박 적은 일기를 다음 날 아침 확인했기 때문이다. 마오리가 걸었던 어딘가 이상한 조건들도 모두 본인의 질환 때문이었음을 도루는 알게 된다. 관객들 역시 마오리의 지나친 차분함 혹은 딱딱했던 태도의 이유를 이해하게 된 순간이다.
마오리의 질환을 알게 된 도루는 자신이 다시 한번 고백했다는 사실을 일기장에 적지 말 것을 부탁한다. 원작 소설에서 영화로, 연극으로, 또 뮤지컬로 창작을 이어가는 <오세이사>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두 고등학생의 사랑에서 우리는 사랑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마오리는 어제 일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일기장을 어느 순간 가득 채운 도루와의 시간을 확인하며 자기 전 도루에 향한 자신의 마음이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초의 기억이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3세~5세 정도에 특정한 장면이 자신이 기억하는 최초의 기억일 것이다. 기억이 난다고 해도 그 기억의 형태는 덩어리가 아닌 토막이다. 그렇지만 다섯 살의 나는 네 살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을 것이다. 무럭무럭 자라나 더 이상 그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도 내몸에 새겨진 시간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은 이미 나의 뼈와 살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러온 뮤지컬이었다. 가족 단위로 보러 온 관객들도 여럿이었다. 어린이들은 자신 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청소년들의 유치하지만 풋풋하고 진실한 사랑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원작 소설을 읽고 애정을 느꼈다면 더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을 뮤지컬 <오세이사>였다.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m/page/view.php?no=76431#link_guide_20160413124404_9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