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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코코엄마 Jul 30. 2019

본편 2-1:고양이 만성구내염, 부정교합과 발치 수술

앞으로 두 달 동안 세 가지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첫째로는 우리 아들들 이야기, 둘째로는 임신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박사와 진로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고양이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려니 약간 걱정이 되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아 설레네요.


작년 5월쯤, 고양이의 만성 구내염에 대해서 글을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toffeecoco/5). 토피는 갓 입양했던 새끼 때부터 수의사 선생님께 만성 구내염과 부정교합을 진단을 받았었죠. 사실 토피는 제게 첫 고양이에 가까워서 코코를 입양하고 나서야 치주질환이 사실은 큰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었죠.

양쪽 윗 어금니들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잘 보시면 아래쪽 앞니와 잇몸도 빨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 때에도 입이 잘 닫히지 않지요.

진단을 막 받았을 때는 병원에서 막 눈물을 쏟기도 했었던 마음 약했던 초보 엄마였지만, 그 이후로는 마음을 굳게 먹고 3년간 꾸준하게 2차 병원을 다니면서 홈케어를 통한 관리를 꾸준하게 해왔었습니다. 크게는 두 가지 관리를 해왔는데, 하나는 미국 수의사 선생님의 적극 추천 브랜드들의 오랄케어 상품들을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Virbac은 프랑스 수의사가 설립한 동물용 의약품 제약회사이고, zymox는 천연효소를 사용하여 애완동물 의약품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이 두 회사에서 나온 다양한 oral care 제품들을 사용해왔고, 그들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래 사진 속의 세 제품입니다. 이 세 가지 방법들 중에 가장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사용해왔던 방법은 가운데의 이빨 닦기였습니다. 토피는 애초에 너무 작은 고양이여서 가장 작은 칫솔조차도 본인의 입보다는 좀 컸기에, 이빨을 닦는 것을 점차 힘들어했습니다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본 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꼭꼭 닦아주곤 했습니다. 양쪽의 두 가지 방법인 oral chew나 water additive 같은 경우에는 맛있는 간식이다, 무색무취다 를 주장하더라도 고양이들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걸 피해 갈 수는 없더라고요...ㅠㅠ 결국 저 또한 호불호의 피해자가 되었고, 이 모든 제품들은 코코와 놀러 온 손님용 간식이 되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사용하실 그리니즈의 dental treat을 저 또한 아직까지 급여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간식에 가깝고 치료용으로써의 기능은 크게는 없지 않을까 하여 이 글에서는 홈케어의 일환이라고 간주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왼쪽) 스프링롤처럼 생긴 oral chew로, 안에는 생선 맛이 나는 이빨 위생 관리 제품이 들어있습니다. 중간) 생선맛 치약입니다. 오른쪽) 물에 타주는 무색무취 구취제거제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oral gel과 oral cleansing wipe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영상에는 wipe를 사용하는 모습은 안 나와있네요. 보통 하루는 젤을 사용하고, 다른 하루에는 wipe을 사용했습니다. 아래 영상은 새끼손가락에 gel을 발라서 빨갛게 부은 부위에 발라주는 영상인데요, 영상에서도 보이듯이 매우 싫어하며 앞발로 저지를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끝은 강제 사과와 강제 재롱잔치로 끝나곤 했죠....ㅋ

내리 3년을 약을 발랐는데도 꼭 한 번씩은 저항을 하더라고요. 홈케어 후반으로 갈수록 엄마한테는 떼를 너무 많이 써서 아빠에게서 케어를 더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토피가 갓 세 살이 되던 18년 11월, 수의사 선생님께서 용단을 내리셨습니다. "토피 엄마 아빠, 때가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토피도 자랐으니 한번 수술을 해서 이빨이 문제인지 잇몸이 문제인지를 한번 알아봅시다"라고 하시더군요.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미국에서는 의료서비스를 받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쉽게 권유할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셨지만, 저희야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맘도 먹고 있었고, 어느 정도 준비도 해왔던지라 드디어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미국은 11월부터 12월까지가 연말이기 때문에 날짜를 -심지어 2차 병원에서- 잡는 게 쉽지 않았고, 낮은 우선순위 때문에 2월 초까지 밀려서 날을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토피가 정말로 수술을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고, 날이 다가올수록 정말로 수술을 하는 건가 싶어 싱숭생숭했지만 토피를 붙잡고 "너 수술할거야" 하고 이해하지 못할 설명 외에 무언가를 더 해주지는 못했었고, 보내야 하는 당일이 돼서는 마음이 결국 무겁게 가라앉아 전화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수술의 목적은 발본색원이었기 때문에, 엑스레이로 전체 이빨 사진을 찍는 것에서부터 수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부터 문제가 되었던 양쪽의 어금니들 뿐만 아니라, 부정교합의 원인이 된 아래 앞니들 또한 제거가 결정되었습니다. 고양이의 영구치는 30개라고 하는데, 어금니 세 개에 아래 앞니 네 개를 뽑아 일곱 개나 뽑게 되었던 것이죠. 다만 이빨을 뽑고 나니 어금니의 뿌리 부분에서 큰 구멍이 이미 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토피는 잇몸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빨로 인해서 잇몸병이 심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수술을 해서 문제를 많이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나마 천만다행인 부분이었다고 선생님도 저희도 생각했습니다.


미국 동물병원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 수술이 잘 진행되었다면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점에서 주인에게 연락을 해서 바로 퇴원을 시켜줍니다. 저희야 걱정이 되었기에 빨리 보고 싶어 달려갔습니다만, 마취가 완벽하게 깨이지 못한 상태에서 돌아왔기에 아래 사진처럼 슬픈 얼굴과 눈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성화 때와 마찬가지로 초반 몇 시간은 눈도 잘 못 뜨고,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그루밍을 잘 못하는 채로 엄마 아빠에게 응석을 부리며 며칠을 보냈지만, 본 묘 성격이 있어 동생이 먹는 건식사료도 함께 먹고 약도 얌전하게 먹고 하면서 빨리 회복해냈고요. 처음에는 병원의 냄새 때문인제 코코가 토피 근처에 잘 가주지 않았는데, 또 몇 시간이 지나니 제 형이라고 옆에 붙어있어 주었고요. 그렇게 2주 뒤에 찾은 병원에서 흉터도 예쁘게 아물고, 실도 잘 녹았고, 잇몸 상태도 훨씬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만세!). 

아무래도 입원을 하게 되면 하루에 2-300씩 들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바로 집으로 보내줬지만... 떠지지 않는 눈과 안쓰러운 가냘픈 팔을 보니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ㅠ

그리하여 토피는 만성 구내염과 부정교합에서 어느 정도 해방이 되었습니다! 30개 중에서 7개나 이빨이 없어 (무려 23%에 달하지요) 제법 걱정을 했었는데, 건사료와 간식을 먹으면서 퉤퉤 뱉는 일도 많이 줄었고, 먹는 양도 제법 안정적으로 늘었습니다. 스스로도 먹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기도 하고요. 수술 때문에 밀렸던 팔 또한 세 달이 지나 털이 다 자랐습니다. 저희 부부 또한 매일 하는 홈케어에서 해방되어 일반 고양이들의 엄마 아빠처럼 정기적인 칫솔질과 치석관리로 업무 또한 줄어 맘과 몸 또한 편해졌답니다. 물론 지갑도 가벼워졌지요 ㅋㅋ 한국에서 엑스레이와 부분 발치의 비용을 잘 몰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으나, 미국 중견도시에서 $1,500 (당일 엑스레이, 마취, 수술 비용) + $150 (이후에 필요했던 약과 관리비용 등) = $1,650 정도 들었습니다. 대신 토피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저희 곁에서 사는 것으로 그 보답을 해주리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

뭘 봐 엄마! 까까나 줘요! 잘 보시면 아래 앞니는 양끝을 제외하고 없습니다.


다음 편 또한 지난 시즌에서 언급했되 새로운 면을 보게 된 에피소드를 적어볼까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여행, 고양이 호텔과 그 부작용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07/29/2019

토피코코튼튼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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