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입양하려 할 때 걱정하는 요소들 중 하나는, "내가 없을 때, 늦을 때는 어떡하지?" 일 겁니다. 학생이라면 때때로 프로젝트나 조모임, 시험기간 때 집에 늦게까지 못할 경우도 있을 테고 직장인이라면 야근, 출장들에게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요. 토피와 코코를 키우기 시작했을 무렵 저는 혼자 살고 있었지만 바로 옆에 남자 친구가 있었고, 집을 오래 비워야 할 사정이 있으면 바로 와서 케어를 해주곤 했습니다. 결혼 준비를 위해 두 번 한국행을 해야 했을 때에는 주변에 믿을 수 있는 고양이 엄마 아빠가 무려 한 달씩이나 거두어주셨고요. 사진에서 보이듯이 새끼 원숭이 같은 아이를 예뻐해 주고 잘 먹여서 한 달 만에 길쭉한 청소년 고양이로 만들어주셨더랬죠.
이렇게 믿을 수 있는 고양이 집사들이 서로 간에 근처에 있으면 가장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고양이 집에서 학회나 출장을 가야 해서 일주일 이상 자리를 비워야 할 경우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초반 2년까지는 별 걱정이 없이 친구들의 고양이를 맡아주기도 하고 저희들도 여행이나 출장을 맘 놓고 다녔었습니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학교가 중심이 되는 작은 도시, 입학을 하면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필연적으로 졸업과 동시에 사람이 떠나는 도시이기도 하죠. 저희 또한 고양이를 데리고 있으며 서로 함께 돕고 도움받던 친구들이 이사를 하면서 고민이 나날이 늘어갔습니다.
그렇게 2018년 한 해를 고민을 계속해왔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희가 가장 먼저 썼던 방법은 "서로 각자 스케줄/출장을 잡고 상대편이 집에 있도록 하자"였습니다. 대학원생 부부의 즐거움이란 모름지기 상대방의 출장과 여행에 동행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 큰 장점을 포기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나 홀로 여행족이 되어 각각이 한국, 뉴욕, 뉴올리언스, 보스턴, 등등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줄이려 해도 몇몇 일정은 부부가 꼭 함께 소화해야만 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장고 끝에 저희 부부가 내렸던 결론은 "맘 편하게 캣 호텔에 보내자"였습니다. 본래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을 잘하는 성격이 둘 다 아니었던 데다가, 토피와 코코는 서로 밥 먹는 패턴도 다르고, 의료적인 문제를 각각 하나씩 가지고 있으니 (치주질환/요로결석) 절친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너무 미안해서 차마 입이 안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서의 cat boarding이라 하면 보통 아래 사진과 같은 방에 고양이들을 입실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아쉽게도 고양이 호텔 산업은 강아지 데이케어 및 호텔링 산업보다 규모가 작아 호텔 구석의 방 하나를 내어주고 고양이들만 입실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토피와 코코가 다녔던 호텔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요. 다만, 저희 호텔의 경우에는 동물병원에서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강아지 데이케어/고양이 보딩을 옆 건물에서 함께 진행하는 경우였기에 고양이를 오랜 기간 맡겨야 하는 주인으로써의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해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면 이런 호텔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큰 장점은 direction을 명확하게 줄 수 있고, 그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코코는 하루에 55그람만 주세요 라던지, 하루 네 번 식사를 나눠주시고 간식으로는 이 보조제를 점심과 저녁에 주세요, 토피 밥을 뺏어먹지 않게 해 주세요 등등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이죠. 아무래도 친구들에게 맡기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부탁을 하면서 요구사항까지 많아지기는 어려우니까요. 두 번째 장점은 토피와 코코가 다니던 호텔에 한정될 수는 있겠지만 병원이 연계된 곳이기 때문에 응급상황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토피는 만성질환이다 보니 밥을 하루 이틀 덜 먹는 정도로 그치겠지만 코코는 요로가 막히게 되면 24시간 내에 응급처치가 되지 않으면 즉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체크를 정기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가 있는 고양이여서 이 점이 정말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가장 먼저는 비용입니다. 시세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의 경우 하루에 두 마리를 맡기려면 $45-50 정도가 들고, 여기에는 사료나 간식 등은 포함되지 않은 가격입니다. 만약 먹어야 하는 약이 있거나 (예를 들면 인슐린이라던지) 하면 추가로 서비스 차지를 하루에 $5씩 더 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을 묵게 되면 $400 정도의 비용이 나오게 되니,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묵직한 추가 비용이 드는 셈이었습니다. 두 번째 단점은 저 닭장 시스템에 있습니다. 호텔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구조를 생각해야 하고, 서로 친해지기 어려운 고양이들의 특성에 따라 개개 묘에게 공간을 할애해주어야 하니 강아지처럼 넓은 공간을 모두에게 줄 수 없어서 저런 시스템이 결과물로 나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넓은 집에서 뛰어놀던 고양이들이 저 좁은 칸에 갇혀있다 보니 많이 답답해하는 게 한눈에도 보일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만실의 경우에는 방 하나에 고양이가 열 마리가 넘게 있고 화장실도 열개 정도 있게 되다 보니 어지간한 환기 시스템으로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주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냄새에 민감한 저는 들어가자마자 헛구역질이 나더라고요. 그리하여 cat boarding 다섯 번째 만에 결국에는 큰 탈이 나 버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토피가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감기에 걸려버린 것입니다. 토피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코와 눈이 빨개져 있었고, 재채기와 기침을 한참을 하더니 결국에는 감기 진단을 받아버렸습니다. 그리고 같은 집에 사는 같은 종의 동물로써 코코 또한 감기가 옮게 되었고요. 그리하여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 하였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오뉴월 감기에 걸려 고생하게 된 것이죠. 결국 저희 부부는 일주일간의 짧은 베이비문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그보다 더 긴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고양이 수발을 들게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임산부인 저는 이불도, 침대도 내어주고 칭얼거림을 모두 받아줘야 했었고, 아빠는 호텔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병원비로 내면서 병원을 데리고 다녀오고 약도 챙겨 먹여야 했습니다.
코코의 경우는 감기가 걸린 와중에도 밥을 나름 잘 챙겨 먹어서 금방 나았지만, 토피는 한동안 밥도 캔도 거의 먹지 않으며 버팅겼습니다. 그리하여 체중이 10프로도 넘게 줄어버렸고, 짧은 시간 안에 살이 많이 빠져서 제 눈에는 고양잇과보다는 쥐과의 동물처럼 변하면서 초라해지고 불쌍해져 버렸습니다. 평소라면야 집을 오래 비우는 다음 여행 일정이 연달아 잡히는 일이 없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밥을 먹이고 살을 다시 찌웠을 텐데 이번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어 한입만 더 먹자~ 하고 숟가락을 들고 아이를 쫓아다니는 부모가 되어 토피를 열심히 밥을 먹이려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 노력이 빛을 발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건사료와 캔 사료를 혼합하며 먹인 결과, 2주 후에는 토피의 몸무게가 원상복귀에 거의 다가가는 시점까지 간신히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삐져서 밥 먹기 싫다는 토피를 부여잡고 밥을 왜 먹어야 했을까요? 다음 편, 고양이 데리고 이사 및 장거리 비행하기 편에서 이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2019/08/05
토피코코튼튼이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