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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코코엄마 Aug 23. 2019

본편 2-3: 고양이들과 함께 대륙 횡단

지난번 본편에서 빠른 쾌유를 빌며 고양이들의 몸살감기 수발을 매우 열심히 들었다고 적었었는데요, 그 이유는 저희 부부의 상반기 일정 중 가장 큰 이벤트, "대륙횡단 이사"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함께 박사라는 삶의 큰 과정을 마무리하고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미국 이곳저곳에서의 기회를 물색해 보았지만, 저희 부부에게 동시에 기회를 준 곳은 바로 북캘리포니아 지역이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박사에 대해서, 직업에 관하여 쓸 때 더 자세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말인 즉슨, 모든 살림살이와 고양이, 그리고 후기 임산부가 함께 먼 길을 떠나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지요.

사진으로만 봐도 무시무시한 거리와 시간...!! 대륙횡단 이사는 정말 큰 일이었습니다.

대륙횡단 이사를 결정하고 난 뒤 저희 부부가 가장 먼저 알아보기 시작한 일은, "고양이를 데리고 비행기 타는 법"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막연하게 대륙을 횡단하거나 나라/대륙 간의 이동을 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종종 읽어보곤 했지만 저희 둘의 현실이 되고 나니 자세하게 알아보고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양이들의) 비행 준비를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가장 먼저 직항이 되는 항공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어차피 단거리가 아닌 이상 금방 갈 수는 없겠지만 괜한 경유로 대기시간이 길어져봤자 고양이에게 공항이란 생소하고 무서운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 저희에게는 United가 유일한 옵션이었습니다(물론 여차하면 내리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면 그냥 조용히 애들 데리고 내리자고 합의했었습니다...ㅋ).

In-cabin으로 할지 cargo로 보낼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저희는 겁쟁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터라 cargo는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지만요. 미국국내선에서는 in-cabin으로 참 많은 동물들이 이동하는 편인데요. 들어본 바로는 개, 고양이, 새, 토끼까지는 무난한 것 같았고, 그 이외 주인들이 어거지로 데리고 오는 동물들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e.g., 거북이, 뱀, 파충류 등등...ㅠㅠㅠ). 보통 이들이 하는 주장은 emotional support animal이라는 것인데요 (즉, 이 동물들과 함께해야 내가 비행을 할 수 있다! 라는 것이지요), 판단은 그때그때에 맞춰 승무원들과 탑승객들이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고양이들의 최신 medical record를 받아두었습니다. 기존 글을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아이들은 좀 유별난 점이 있는 아이들이라서 이사/비행중에 스트레스를 받아 차후에 건강에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사 후에 새 병원에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기도 하고요.

United에서 in-cabin pet에 대한 rule을 확인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앞 좌석의 아래에 넣을 수 있는 가방 안에 넣어두고, 꺼내지 않으면 된다" 였습니다. 혹시나 살을 빼야 할지, 가방을 좀 더 가벼운 것으로 준비해야할지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해당사항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저희 둘째는 흔히 말해지는 기준선 (가방+동물 무게 < 7kg) 에 간당간당한 친구였거든요. 다만 이것은 국내선이어서 기준이 유해서 그렇습니다. 국제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한항공만 해도 합쳐서 5킬로가 넘으면 화물칸으로 보내는 게 기준이니까요.

이사 날짜를 확정하기 전이었지만 우선 비행기 표를 구매했습니다. 단, 이때에는 꼭 united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 발권을 해야 하고, in-cabin pet을 위한 service charge를 함께 내야 합니다. 한 비행기에는 in-cabin으로 타고 갈 수 있는 동물의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보통 10자리 정도), 어떤 의미에서는사람 자리보다 고양이 자리가 더 경쟁이 치열한 셈이지요. 그래서 비행기 표를 확정하고 이사 날짜를 그에 맞추어 잡았습니다.

가능하다면 좀 더 넓은 자리 (economy plus, premium seating 등) 에 앉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양이들이 앞 좌석의 발밑을 꽉 채워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배낭이나 작은 가방을 둘 때와는 달리 발을 옆으로도 뻗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직항으로 가기 때문에 비행시간도 더 길어져서 좌석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좌석이 꽉 차는게 보이시죠? 어렴풋이 초록 가방에서 토피의 얼굴이 보입니다. 

비행시간은 여섯시간 반으로 잡히지만, 그 전후로 붙어야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깁니다. 우선 공항에 가는 시간, 공항에서 짐 부치고 대기하는 시간, 탑승 대기 및 내리는 시간, 짐을 찾는 시간, 렌터카를 받아서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 등을 들 수 있는데요. 저희의 경우 비행시간만큼의 별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즉, 13시간 정도의 시간을 캐리어에서 꼼짝없이 있어 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비행 전날 밤부터 금수/금식에 들어갔고, 펫 캐리어에는 배변 패드 여러장을 가로-세로로 겹쳐서 깔아주어 혹시 모를 미연의 사고를 방지했습니다. 여분의 배변 패드도 더 챙겨갔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양이들은 -성묘인 경우에는 특히나 더- 더 긴 여행이 될 지라도 비행 기간 동안은 먹지도, 마시지도, 화장실을 가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개보다 고양이의 비행이 어려운 이유는 [비행시간에만 캐리어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 시간에서도 계속 캐리어에 있어야하기 때문] 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고양이들이 단 한 번 캐리어에서 강제로 빼내져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보안 검사 때입니다. 캐리어에서 고양이를 빼내서 짐 가방 아래에 무언가를 감춰두지 않았나를 x-ray 검색기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데요, 그를 위해 필히 고양이를 캐리어에서 잠시 빼냈다가 다시 넣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협조적일 리가 없고, 때로는 사람을 할퀴거나 뛰어넘어구석으로 도망가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로 하네스와 가슴 줄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비행 전 케이지에 들어가는 훈련, 하네스를 매고도 얌전하게 있는 훈련을 하면 좋다고 했는데, 너무 싫어해서 아쉽게도 훈련은 거의 못 하고 실전으로 바로 들어가야 했었습니다.

아기와의 비행에서도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는데, 처음으로 비행을 해야 하는 부모들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졸리는 약을 먹이고 재워서 편하게 비행을 하는 건 어떨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저희도 그랬구요. 다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비추천하셨는데, 너무나도 예민한 친구들이 아니면 benefit에 비해 짊어져야하는 side effect (예를 들면 쇼크가 오거나, 못 깨어나는 것)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또한 약을 먹이는 것은 옵션에서 제외하였습니다. 토피와 코코는 대체로 잘 있는 편이긴 했는데 비행 4시간 반째 -케이지에 갇힌 지는 9시간 째- 때 서로 한번씩 우냥- 우엥- 하고 울더라고요. 

잘 보시면 코코와 토피의 캐리어 밑바닥에 배변패드 여러장이 보입니다. 사이드 주머니에도 여분의 배변패드를 챙겨놓았구요. 사진상으로는 안 보이지만 아이들은 하네스를 차고 있었습니다.

비행하기 전에 짐들과 함께 고양이들의 비행 허가를 카운터에서 다시 받아야 합니다. 고양이 좌석을 따로 예매했어도 비행 전에 카운터에 가서 "우리 고양이들은 사이즈에 맞는 캐리어에 잘 들어있으니, 비행 허가를 해주세요!" 하는 과정을 해야 in-cabin flight이 최종 허가 되는 것이지요. 이때 돈을 냈다는 영수증과 함께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바로 rabies vaccin을 맞추었다는 인증서 원본입니다. 이게 없으면 여행 허가 자체가 취소 될 수 있습니다.

진위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일부 탑승객 중에서는 개/고양이 알러지가 심해서, 또는 개/고양이를 싫어해서 고양이와 함께 비행하는 것에 대해 좌석을 바꿔달라는 수준이상의 complain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원칙상으로는 "나는 알러지가 심해서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다" 라는 doctor's note가 있지 않은 이상 in-cabin pet을 거절할 수 없다고 되어있지만, 때로는 승무원으로 인해, 때로는탑승객의 심한 complain으로 인해 동물을 cargo로 보내거나 머리 위 짐칸으로 넣으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억지로 지시를 따랐는데 비행시간 도중에 동물이 죽어버려서 항공사에 항의를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로 뉴스들이 끝나곤 하죠....). 비록 이러한 케이스들은 매우 희귀한, 안 좋은 사례들이긴 했지만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저희는 보딩 시작 직전까지 게이트 근처에서 숨어있다가 탑승 시작과 동시에 달려가서 바로 탑승을 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사를 한 새 집에서 빠른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움과 동시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합니다 ㅎㅎㅎ 토피와 코코는 새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무지막지하게 삐져버렸습니다. 엄마아빠 나빠요, 비행은 무서워요, 캐리어도 새집도 싫어요 등등... 미리 이럴 줄 알았던 저희는 최대한 빨리 적응할 수 있게 새 캣타워, 새 화장실, 모래, 먹이, 간식 등등을 저희 도착 직전에 배달 시켜두고, 도착과 동시에 사람 짐보다도 먼저 고양이 짐부터 풀어주고, 간식에 츄르에 캔을 바쳤답니다. 다행히 코코는 먹을 것에 금새 맘이 풀렸고, 토피는 츄르만 먹으며 24시간을 쇼파 밑에서 단식 투쟁한 끝에 마음을 풀어주었답니다.


다시 한번 고양이들과의 비행을 회상해 보는 지금, 정말로 큰 일을 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름 뿌듯해집니다. 이로써 저희집 아들 둘은 동부 중견 고양이에서 실리콘밸리의 고양이 형제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비행이라면 진심으로 사양하고 싶습니다 ㅎㅎㅎ 

다행히 창가가 많은 집이어서 아이들은 새 집을 금방 좋아해주었습니다. 그나저나 저희 코코, 진짜 길고 하체가 튼실하지요?ㅋㅋㅋ


이로써 시즌 2에서 하고 싶었던 고양이 이야기는 간략하게나마 마무리를 했습니다. 다음편부터는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다른 이야기들도 적어내려가보려 합니다. 미국의 (고위험) 임산부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이야기들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2019/08/22

토피코코튼튼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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