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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의 위성 Aug 10. 2022

일주일 안에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영어는 언제 느는가?

기숙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드디어 안락한 나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기분에 흡족했다. 나는 욕실이 방 안에 같이 있는 1인실에 들어왔다. 주방은 플랫 메이트들이랑 공용으로 사용했다. 교환학기 시작 전, 한 달 동안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며 공용 화장실을 쓰는 것은 꽤 스트레스였다. 기숙사에 들어오자마자 짐을 풀고, 화장실에 물이 잘 나오는지 틀어보았다. 그리고 샤워기 물도 틀었는데 차가운 물만 계속 나왔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샤워기가 틀어져서 그런가 보다~ 좀 틀어두면 따뜻한 물이 나오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틀어두어도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날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나는 곧바로 담당자 메일을 찾아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별 진척이 없었다. 전화를 걸었다. 별 진척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매일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해야 했다. 안락한 나만의 공간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면서 피로를 풀어야 마땅했던 나는 점점 분노가 쌓였다. 그리고 분노와 영어실력은 이상한 비례관계를 형성했다. 온수 문제로 전화할 때, 나는 갑자기 아주 훌륭한 영어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원래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머리에 떠올리고 영어로 전환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진척도 없고 언제 고쳐주는지 확언도 없다 보니 머리에서 변환을 거치지 않아도 영어가 술술 나왔다. 해당 부서에 아무리 문의를 해도 제자리라 나는 마지막으로 교환학생들을 담당해주는 부서를 찾아갔다. 오리엔테이션부터 수강신청 등 교환학생들을 위한 곳이었다. 그들에게 지금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여태 어떤 곳에 어떤 문의를 넣었는데 진행 상황을 알지 못하겠으며.. 어쩌고.. 주절주절 정말 영어로 우다다다 말했다. 그러자 그녀들은 나의 마음에 공감해주면서, 당장 처리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때는 솔직히 안 믿었다. 왜냐하면 이미 온수가 안 나온 지 일주일이 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방문 메일이 왔다. 몇 월 며칠 몇 시에 온수를 고칠 것이며, 나는 굳이 그 방에 없어도 괜찮다는 말이었다. 그게.. 조금 의아했다. 나는 한국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지 내가 없는 방에 이렇게 아무렇게 들어왔다가 나가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수업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서 샤워기를 틀어보니 드디어! 온수가 콸콸콸콸 나왔다. 나는 드디어 마음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그날 아주 오래도록 샤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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