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평소 보지 않던 '세상의 이런 일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등에 혹이 난 할아버지의 사연이 방송되고 있었는데 보는 내내 한참을 울었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서,
어려워진 형편 탓에 홀로 산속에서 집이라 할 수 없는 허름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나라면 하루도 못 버틸 것만 같은 그곳에서
밤이면 등에 난 혹 때문에 불편한 자세로
촛불 하나만 켜놓고
라디오를 위로 삼아 잠을 청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걸 보며
내가 그를 크게 도울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펐고,
여태껏 나는 나 하나, 내 가족만 생각하며 지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슬펐다.
특히 오늘부로 끝마친 복지 센터에서의 봉사 때문에 마음이 조금 더 그랬다.
복지 센터 내의 아이들은 모두 차상위 계층,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 외국인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서류 정리를 돕다가 알게 된 제각기의 가정사들이 하나같이 우울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들의 사연을 마주하는 게
많이 힘들었다.
그 아이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내 상황처럼 여겨져서
억울하고, 화가 나서 서류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가정환경 탓에 학습에도 의욕이 없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서 조금만 격려해주고 방법을 알려주면 곧잘 따라오는 친구들인데
센터 밖에서는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나의 일이 되는 것이 내심 힘들었다.
나의 일이 아닌 일에 내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다 그 TV 프로그램을 봤고,
나는 여태 그런 것들로부터
'눈을 감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 아픈 게 싫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작은 도움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후원 계좌를 알아봤는데 아직 공개되진 않았다.
<시청자 게시판>에서 후원계좌가 공개되는 것 같은데, 공개가 되면 적은 금액이나마 후원할 생각이다.
사람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