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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코칭랩 Mar 02. 2019

조용필을 대한민국의 ‘오빠’로 만든 4가지 요소

탐구, 학습 그리고 호기심편

필자는 2018년으로 가수 조용필의 21년차 팬입니다. 97년 16집 발표 시점을 팬 원년으로 삼고 있으니 80년대에 팬이 된 40년차 가까운 팬들에게는 그저 꼬맹이(?) 팬일 뿐입니다. 저는 제가 조용필 팬의 거의 마지막 열차에 올라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조용필은 그후에도 놀랍게도 계속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 내더니 2013년 19집 <바운스>로 초딩들 입에 까지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8년, 데뷔 50주년을 맞이하여 평양공연, 잠실주경기장 10분만에 매진, 전국 월드컵 경기장 투어, KBS 불후의 명곡 8년 만에 마침내 출연 등 또다시 팬층을 넓혀가고 있으니 이즈음 되면 그 성공 신화의 배경을 다양한 각도로 연구 분석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는 수많은 성공 요인들 중에서 언론에는 그다지 소개된 적이 없는 조용필 삶의 자그마한 파편들을 단서 삼아 커리어 코칭과 관련하여 <탐구와 학습, 호기심, 강점의 강화, 자기관리와 연습> 의 4가지의 키워드로 풀어 보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우다 죽을 것 같다’


  <첫번째 성공 요인, 탐구와 학습>

지난 4월 11일에 있었던 기자 간담회 말미에 조용필이 한 말입니다. 필자가 늘 모범으로 삼고 있는 조용필의 중요한 성공 요인 하나를 드디어 본인의 육성으로 듣는 순간이었습니다. 조용필은 천재형은 아니고 노력형이다라는 세간의 평이 있습니다.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평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노력하는 천재형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조용필 45주년에 발표된 19집. 수록곡 는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불리며 각종 음악챠트방송서 1위를 차지하였으며, 그해 갤럽에서 올해의 노래로, 조용필은 올해의 가수로 선정되었다. 30여만장이 팔림

‘재능*노력=성과’ 라는 공식에서 ‘5*2=10(노력없는 천재형), 2*5=10(노력하는 일반형), 5*5=25(노력하는 천재형) ‘ 중 조용필은 단연코 3번째 노력하는 천재형입니다. 그의 노력이 하도 치열해서 역으로 재능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봅니다. 각설하고, 여기서는 개인의 통제 밖에 있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조용필의 탐구생활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혹시 조용필이 노래를 잘 하기 위해 성대구조가 그려져 있는 목 해부도를 벽에 붙여놓고 연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신지요? 아마 별로 없지 싶은데요, 일시적인 이벤트성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노래를 잘 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소리를 내는 성대구조를 연구 했다는 것은 철저한 탐구의식에서 나온 참신하고도 본질적인 접근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70년대 무명 시절, 마땅한 연습 공간이 없어 주위에서 시끄럽다고 하니 종이에 건반 모양을 그려놓고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며 그 음을 상상으로 떠올리며 연습했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요즘으로 치자면 소위 이미지 트레이닝에 해당하는 것일 겁니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가의 전작을 샅샅이 뜯어서 분석한다는 것이나 좋아하는 뮤지컬을 한달 내내 음악, 연기, 조명, 무대연출 등등 각각 다른 시점으로 11번이나 보았다고 하는 에피소드는 그의 집착에 가까운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참고로 조용필이 좋아하는 뮤지컬 중 하나는 <거미 여인의 키스> 인데, 이 작품을 뮤지컬이 아닌 영화와 책으로 봤지만 저 역시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 왠지 조용필과 서로 통한 듯해서 으쓱해집니다.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의 소설. 동성애 죄목으로 복역 중인 죄수와 정치범이 같은 감방에서 생활하면서 나누는 대화들로 이루어진 작품인데, 아름다우면서도 가슴이 많이 아프다. 

 

현안에만 쫓기다 마음으로만 공부할 뿐 필요한 자기개발은 하지 못한 채 퇴직의 절벽 앞에 서게되는 직장인들

 
우리는 자신의 분야에서 얼마나 탐구하고 학습하고 있을까요? 제가 애니메이션 회사를 퇴사 한 후야 비로서 현실감 있게 느낀 것 중 하나가 정작 애니메이션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늘 현안에 쫓기어 마음으로만 직무 관련 공부를 했을 뿐 실제적으로 자기 개발이라고는 도통 안되어 있었음에도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뜬금없는 퇴직 후에야 그 사실을 깨우치고 당황했습니다. 
 
오래 전 어떤 일을 10년쯤 하게 되면 그 일에 대하여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계속 Go 할 것이냐 아니면 Stop 할 것이냐’ 를 결정해야 할 때라는 선배의 이야기가 참 충격적으로 다가 온 적이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애니메이션 PD 10년 차에 이러한 고민에 직면했고, 저는 Stop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울타리를 벗어난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서 필자의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하여 믿음을 가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그 동안의 탐구와 학습 부족의 결과였습니다. 
 
한 직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오래 일하신 분들의 경우 퇴직 시점에 제가 느꼈던 류의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탐구와 학습을 통해 진짜 실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10년이든 20년이든 기간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여유가 있든 없든 학습하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험은 매우 중요하며 매우 큰 자산입니다. 그러나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탐구를 통해 체화(體化)되는 ‘이론’도 매우 중요합니다.  


  ‘달리고 있는 기차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은 어린 아이들 뿐이다. 어른들은 모두 지쳐서 눈을 감고 있거나 자고 있다’ 
- 생떽쥐 베리의 <어린 왕자> 중

 

 <두번째 성공요인, 호기심>

호기심을 잃어버린, 그래서 세상이 더 이상 별로 궁금하지 않은 어른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여기고 그리 살아가는 사람들. 네, 살아는 갈 수 있겠지요. 하지만 발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 뒷방 늙은이로 몰리게 되는 시간이 점점 빨라 지겠지요

1943년 발표된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의 한장면. 마흔이 넘은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이제는 지역갈등 보다 세대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경제가 압축적으로 고도 성장을 해온 반면 문화적 성장이 그에 따르지 못하는 아노미 현상의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취업난에 시달리며 스펙 쌓기에 내몰리는 청년층 중 일부는 자신의 부모 세대를 능력도 없으면서 꿀만 빤 사람들이라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정신 상태가 약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요. 서로에 대한 조금 더 적극적인 이해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세대간 갈등을 해결하고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중요 요인 중 하나는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새롭고 다른 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호기심’이 있다면 이런 세대간의 간극을 좁히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조용필 이야기로 돌아오면 2013년 지나가는 기사 한 줄에서 스마트폰을 3개를 사용하여 각종 자료를 주고 받는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63세의 남성이 그렇게 자유자재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이 저로서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5년이 지난 2018년 인터뷰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여러 공연을 보고, 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으로 일정 체크부터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가수 신해철이(이 자리를 빌어 명복을 다시 빕니다. 너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어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열심히 시도하고 보면 이전에 조용필 선배가 다 한 것이더라..라는 이야기라든가, 조용필이 내는 어떤 사운드를 따라하려고 온갖 궁리를 해보았지만 결국 실패하고는 ‘용필이 형은 1억짜리 악기를 쓴데…’ 라며 여우와 신포도로 결론 짓곤 했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1억짜리 악기는 아니었으며, 조용필은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스튜디오에서 담요를 뒤집어 쓰고 밤을 새곤 했다고 합니다.                                                                                                                                                       

- 이솝 우화에 실려있는 우화 중 하나.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화를 나타내는 대표적 이야기. 한 여우가 포도밭에 가서 포도를 따 먹으려고 했는데 포도가 너무 높은데 달려 있어서 먹지 못하자.  저 포도는 어차피 신포도 일거라며 그냥 가버린다- 


하늘을 보는 호기심이 사라지자 덩달아 사라진 UFO들
호기심은 편견을 이기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게 하는 힘입니다. 
 
이러한 호기심은 편견을 가지지 않게 합니다. 조용필은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을 애들 음악이라고 치부하지 않으며 당대의 인기를 얻는 스타들은 어떤 매력이든 분명하게 있다고 믿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본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조용필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어린 뮤지션들이라고 해도 폄하하는 내용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폄하 없이, 편견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의 음악에 접근을 하니 조용필 음악 역시 젊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트렌드를 잘 읽을 수가 있는 것이고, 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UFO 매니아들은 스마트폰의 출시를 매우 반겼다고 합니다. 이제 세상 곳곳에서 UFO 인증샷들이 접수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는데 현실은 오히려 사진 제보가 대폭 줄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다들 고개 숙여 스마트폰을 쳐다 보느라 하늘을 올려다 보는 호기심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우리도 어느새 세상사 다 아는 사람이 되어 눈 감고 더 이상 창 밖 따위는 내다볼 필요 조차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나이가 몇이든 내 안의 호기심을 살려 내도록 합시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야 말로 나의 커리어를 계속 발전 시키고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원동력 일것입니다. 호기심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잠시 잊혀져 있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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