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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소 Aug 25. 2016

버렸으므로, 잊지 않는다

2014/10/14 _ 사사키 후미오 블로그 번역

출처: http://minimalism.jp/archives/309




크로아티아 여행의 마지막 날. 자그레브에서 체크아웃을 할 때까지 조금 시간이 남았다.
 
 
 
6년 전에 묵었던 호텔에 다시 방문했다는 누마하타상의 이야기에 자극을 받아, 나도 6년 전에 들렀던 소품 가게를 찾아보기로 했다. 평범한 기념품샵에서 살 수 없는, 특별한 것을 원했다.
 
 
 
6년 전 처음으로 자그레브에 갔을 때, 아무 생각없이 들렀던 가게. 관광객이 지나는 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 현지 아티스트들이 제작한 것 같은 작품들이 늘어져 있었다.
 


 
지금보다 더 서투른 영어로, 어떻게든 산 것이 사진에 있는 십자가다. 짙은 심홍색의 십자가의 테두리를, 하나씩 정성스레 다듬은 도기. 색감도, 매끄러운 감촉도, 기분 좋은 무게도 모두가 좋았다. 무엇보다 이국의 골목에서 ‘우연히 만났다’라는 감각이, 그것을 한층 더 소중한 물건으로 만들어 주었다.
 
 
 
물건을 버리는 요령 중 하나에, 실제로 만져보고 ‘마음이 설레는가’ 아닌가, 라는 방법이 있다. 대히트를 기록한 책이 있으니, 알고 계신 분도 많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미니멀을 목표로 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설레는’ 물건마저 버리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온다.
 
 
 
사진의 십자가는 5년간 소중하게 장식해두었지만 이번 봄에 버렸다. 버렸을 때도, 마음이 설레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전혀 후회는 하지 않는다. 정말 버려서 좋았다.
 
 
 
소품 가게를 정말 대충의 짐작만으로, 걸어서 찾아보았다. 기억 속에서 너무 미화되어있던 것 같지만, 확실히 그 가게는 아직 있었다.
 
 
 
시간도 없었기에, 조금 망설인 후에 가게에 들어가 본다. 조금 놀랐다. 가게의 벽에 걸려있는 것은, 그 십자가와 똑 같은 공법, 같은 색으로 만들어진 미니츄어 사이즈의 펜던트였다. 이름은 알 수도 없지만, 그 십자가를 만든 아티스트는 건재하는 듯 하다. 기쁘다.
 
 
 
버렸기에 마음에 새겨지는 것이 있다. 버렸기에 소중하게 잊지 않는 것이 있다. 가지고 있었을 때보다도, 그 물건에 대해 담겨있는 ‘경험’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최근 깨달은 것이다.
 
 
 
이번 봄에, 지금까지 받은 편지도 스캐닝하여, 실물은 전부 버렸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환승 안내’가 잊혀지지 않는다. 본가인 카가와현을 떠나 대학을 다니기 위해, 도쿄에서 자취를 시작한 나. 그때부터 살기 시작한 동네에, 처음으로 내려서기 위해, 어머니가 하네다 공항으로부터 동네까지의 ‘환승 안내’를 손으로 직접 써 주었던 것이다.
 
 
 
모노레일에 타고, 야마노테선을 타고, 니시신주쿠선에 타고……. 방향치에다, 휴대폰도 들고 있지 않은 나를 위해 써준 환승 안내. 어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나를 도쿄로 배웅해주었던 것일까?
 
 
 
그 환승 안내도, 가지고 있을 때에는 그 존재를 잊고 있었다. 편지의 산에 파묻혀있어, 되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릴 때가 되어서, 처음으로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십자가도, 환승 안내도 지금은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에 잊지 않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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