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쓰기

핸드폰은 소중해요

by 한요고

핸드폰을 떨어뜨린 적이 있습니다.

마침 핸드폰 케이스를 씌우지 않았을 때였어요.

시멘트 바닥에 '딱' 소리를 내며 떨어졌을 때 정신이 아득했어요.

놀라서 얼른 접어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액정 왼쪽 모서리가 깨져 금이 갔습니다.

그걸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어요.

'아, 다행이다.'

터치해 보니 핸드폰이 고장 나지도 않았어요.

‘와 진짜 다행이다.’

저는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부정적입니다.

혼잣말로 투덜거리는 타입이거든요.

핸드폰을 떨어뜨렸을 때, 아찔했던 것에 비하면,

액정 전체가 깨진 게 아니라서 다행이었던 거죠.

물론 속상하긴 해요.

금이 간 화면을 아무리 손가락으로 쓸어봐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가 없죠.

하필 케이스를 왜 벗겨놨을까? 후회되기도 하고.

이참에 핸드폰 바꿀까? 생각도 했습니다.

다행이라고 말은 했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매일 감사일기를 써라.'

자기계발서에도 등장하고 동기부여 영상에서 참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죠.

저는 앞서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사 일기가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건지,

대체 무엇을 감사하라는 건지도 잘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도 한 1년 전쯤

예쁜 캐릭터가 그려진 노트를 장만해서

잠들기 전 끄적였습니다.

하루 동안 고마웠던 일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시간을 되짚어 봐도 별로 감사한 일은 없더라고요.

누가 날 도와줬거나, 특별히 친절했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어요.

평범한 하루가 그렇잖아요?

솔직히 화나고 짜증 나는 일이 많지, 고마울 일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도 감사 일기를 쓰긴 써야 하니까,

'이렇게 감사 일기를 쓰게 되어 감사하다.'

뭐, 이렇게 대충 썼던 것 같아요.

쓰면 좋다고 하니까, 따라 하기 시작했던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 감사 일기의 효과를 뒤늦게 알았습니다.

건강에 대해, 특히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서

찾아보고 공부하다가 알게 되었죠.

저는 평소에 예민하고 불안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에요.

괜히 걱정하다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거 봐, 이럴 줄 알았어. 나한테만 힘든 일이 생기네’ 그랬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대부분 사람이 부정적인 감정에 갇히기 쉽다고 해요.

불안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거죠.

그렇다고 이렇게 안 좋은 생각에만 빠져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마음 건강도 육체 건강만큼 중요하니까요.

이럴 때 마음을 다스리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바로 제가 대충 써왔던 그 '감사일기' 였던 거예요.


감사일기를 단순한 긍정적 사고 훈련으로 여겼어요.

마음가짐 바꾸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었어요.

뇌는 생각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계속 그렇다고 생각하면 우리 뇌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각인하는 거죠.

부정적인 생각을 자꾸 반복하면 뇌는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여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 회로를 만들어요.


반대로, 억지로라도 감사한 것을 찾아내서 쓰면,

뇌는 의식적으로 부정에서 긍정적인 곳으로 초점을 옮깁니다.

저도 처음엔 '버스가 바로 도착해서 감사하다.‘

’아침 햇살이 밝고 따뜻해서 감사하다.',

'늘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감사하다.'

이런 식으로 사소한 것부터 찾아서 적기 시작했어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디자인의 노트든

서랍 안에 굴러다니는 노트든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손에 펜을 쥐고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적어보세요.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속으로 말해보면서 적어보세요.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면 뇌의 '긍정 회로'가 강화됩니다.

마치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우리 뇌도 행복과 만족을 더 잘 느끼도록 훈련되는 거예요.

감사라는 행위 자체가 뇌에게

'나는 안전하고, 내 삶은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라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는 거죠.

신호를 받은 뇌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분비하고,

자연스럽게 불안과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신기하게도, 대충 써왔던 그 감사일기가

단순히 쓰는 행위를 넘어서

마음의 평온을 찾아주는 도구가 아니었나 싶어요.

억지로 쓴 날도 많았는데 말이죠.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할 점을 찾는

그 습관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거죠.

지금 생각해 보니까,

핸드폰 떨어뜨렸을 때 무의식적으로 '다행이다'라고 말했던 것도,

감사일기를 쓰면서 조금씩 바뀐 제 마음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모든 불안과 스트레스를 없애지 못해도

작은 습관이 마음을 1센티미터쯤은 바꿔놓았나 봅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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