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 쓰기

by 한요고

더운 여름 아침 눈을 떴을 때 갑자기 유*브 채널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했다.

느닷없는 생각은 그대로 실행되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노트북을 열었다.

나처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해 회원 가입부터 가르쳐주는 영상이 차고 넘쳤다.

클릭해서 보는 영상마다 배울 게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나는 빗소리 asmr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비가 오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서

잠자리에 들 때 영상으로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곤 한다.

듣는 사람에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니,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 종일 앉아 노트북과 씨름한다.

한 여름에 웬 고생인가 싶어도 영상 하나를 완성해서 업로드하면 뿌듯하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점심을 놓쳐도 밥생각이 안 난다.

내 영상을 눌러보면 초보라 그런지 어딘가 촌스럽고 어설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테니 지금이 부끄럽지 않다.


어쩌다 초보 유*버가 되었나 생각해 보니,

이때가 아니면 안 되겠다 싶었다.

주저하다 시간을 흘려보내기 싫었다.

가만 돌아보면 나는 늦게 시작하고 늦게 다다랐다.

나이 보다, 다른 사람보다 그랬다.

그래서인지 항상 뒤처진 게 아닐까 조바심이 났었다.


노트북으로 빗소리를 잘라가며 편집하고 있는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내 부하직원인 제미나이나 챗gpt도, 새로운 직장인 유*브도 내가 몇 살이냐고 묻지 않는다.

왜 하게 됐냐고 묻지 않는다. 해서 무엇을 할 거냐고 묻지 않는다.

나는 그저 좋아하는 빗소리와 영상을 잘 맞춰서 인코딩을 하면 된다.

사람들이 '레드오션'이라고 부르는 드넓은 바다에 내가 만든 영상을 띄운다.

어제도, 오늘도 조회수는?

한자릿수다. 아무도 내 영상을 봐주지 않는다.

제미나이한테 조회수가 왜 이 모양이냐고 물어봤더니 기다려 보라고 한다.

알고리즘이 내 채널을 학습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나?


다음 주에 비소식이 있다고 하니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빗소리를 녹음할까 한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내가 하고 있어도 모르겠다.

늦었다는 말, 안 된다는 말, 못 한다는 말을 더는 하기 싫었나보다.

해보니, 그냥 하면 되는 거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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