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당신에게

by 한요고

화가 자주 난다.

별일 아닌데도 감정이 폭발한다.

내 뜻대로 일이 돼지 않는 것은 덤덤하게 받아들이겠는데

버스에서 차가 흔들릴 때마다 가방으로 툭툭 치는 것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질 정도다.


직장에서는 얼마든지 화를 돋우는 일과 사람이 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화를 누른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기도 한다.

성질부리는 사람으로 보이기 싫으니까.

감정조절 못하는 사람으로 비웃음 살까 봐.

사람들이 날 미워할까 봐.

그럴수록 분노하지 못해 분노한다.

돌 위에 돌을 올려놓듯 무거운 것들이 쌓여간다.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화낼수록 생채기 나고 아픈 건 내 마음이라는 것을.

누른 만큼 일그러지고 부서지는 내 감정을.

겉과 다른 속내에 괴로운 나 자신을.

즐거워도 다 웃지 못하고

슬퍼도 다 울지 못 하는 내 모습을.


"밥 먹었냐?" 엄마가 맨날 천날 묻는 말에 짜증 나서

"내가 굶고 다닐까 봐!" 버럭 소리 지른다.

돌아서서 '왜 이렇게 못되게 구나.'

남들 하는 싫은 소리 잘도 참으면서

가장 소중한 사람한테 큰소리치고 후회한다.


돌봐야 하는 것은

베란다에 있는 화분만이 아니다.

별거 아닌데도 화가 날 때

상대방이 아닌 나를 봐야 한다.

해소되지 못한 감정 때문에 과거기억을 반복하고 있는지.

가라앉은 묵은 감정이 별거 아닌 말 한마디에 불쑥 떠오르는지.


화가 나는 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깊숙한 시간 아래, 화석으로 굳은 줄 알았던 상처 바이러스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느라, 제 몫을 하느라

분노에 걸려 몸살을 하면서도 마음 쉬지 못했던 것이다.

나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더운 음식을 대접한다.

스스로 떨쳐낼 면역력을 가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화가 나는 것은 당연했고 너무나 정당했다고.

다만, 마음 다치는 일이 안쓰럽다고.

솔직한 감정 드러내도 아무일 없으니 참고 있지 말라고

내 편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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