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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와 핫도그 Aug 25. 2020

책 읽을 시간 같은 건 영영 생기지 않을 껄

자투리 시간의 마법


늘 시간이 문제다. 시간만 많으면 책 읽고, 운동 하고, 공부도 좀 할텐데 이놈의 시간이 없다. 평일에는 출근과 퇴근으로 이루어진시간 시간 잡아먹는 기계가 24시간의 3분의 2 이상을 앗아가고, 휴일에는 주중에 쌓였던 피로를 풀기 위해 쉬어야 하니까 시간이 없다. 편하게 사는 게 나쁘진 않았지만 이대로는 책 읽은 시간 같은 영영 생기지 않을 예정이었다. 


시간 나면 내키는 대로 책을 읽던 나에게 시간 없음은 곧 독서 없음이었다. 본격적으로 취직 준비하기 전까지는 책을 좀 읽었는데 취준생이 되며 말짱 꽝이 되었다. 어찌어찌 회사에 들어가서 입사 초기에는 이제 같은 직군 사람들끼리 만나는 책 모임을 만들었으나 1년 반 정도를 운영하고 모임을 없앴다. 그뒤로는 정말 책과 거리가 멀어졌다.


강제로 책을 읽으라는 사람 같은 건 없으니까 여전히 책 읽을 시간은 없었다. 쉴 틈이 나면 독서보다 다른 게 훨씬 재밌어서 우선 순위가 밀렸다. 휴대폰 속엔 언제나 별천지가 나를 기다렸다. 트위터, 커뮤니티, 웹툰, sns를 한번씩만 훑어도 1~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카톡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야 하고, 유투브로 최애 프로그램인 맛있는 녀석들 실시간 재방도 봐야 한다. 이 모든 걸 다 하면 도저히 책 읽을 시간 같은 건 나지 않았다.


이대로는 책 읽을 시간 같은 건 영영 생기지 않을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자투리 시간에 있었다. 시간의 조각들이 나타날 때마다 독서하는데 써보기로 했다. 의외였던 건 퇴근 후 본격 쉬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잠시 시간이 날 때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 조금씩 책을 읽으면 그렇게 집중이 잘 됐다. 오전이나 오후에 잠깐씩 읽은 책이 재밌었으면 퇴근 후에 이어서 읽을 동기가 생겼다. 


평범한 성인의 집중력은 길어봤자 10분에서 15분. 특히 일을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의 집중력이 높아진다. 독서처럼 능동적인 작업을 할 때는 작업을 쪼개는 게 집중력을 높이는데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1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는한 중간에 눈으로 글자만 읽고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10분 이내의 짧은 시간을 정하면 그시간만큼은 뇌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간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책 읽으면서 좋았던 게 책에 끊임없이 관심을 둘 수 있었다. 어떤 날은 10분짜리 조각 시간이 대여섯 번 일 때도 있었다. 어떤 습관을 들이려면 한번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그 시간을 여러번으로 횟수를 나누어 행동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한번 헬스장 가서 3시간씩 운동하는 것보다 30분씩 매일 헬스장에 가는게 건강해지는 지름길인 것과 비슷하다. 


처음 자투리 시간을 내서 책 읽을 때는 몰랐다. 나 같은 휴대폰 중독자가 스마트폰보다 책을 더 많이 보게 될 줄은. 짧게 시간 날 때마다 책을 펼치다보니까 독서가 습관이 되어가고 있었다. 중독된 사람처럼 책을 펼치면서 독서량도 덩달아 늘어나기 시작했다. 습관처럼 휴대폰 보는 시간에 습관처럼 책을 읽는 나를 보면서 사람은 역시 습관의 동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요즘도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열심히 읽지만 스마트폰 보는 시간도 늘어났다. 휴대폰을 거의 안보던 날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이 본다. 다른 습관의 고리가 무너지면서 그 시간을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이 채웠다. 습관을 새로 들이기는 참 힘들었는데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독서까지 습관이 무너지지 않게 더 가열차게 책 덕질을 해야 겠다. 다시 처음처럼 10분씩 집중해서 독서를 하면 습관이 튼튼해질 거다.


작년 8월 한달 동안 나는 12권의 책을 읽었는데 올해 8월 1일부터 오늘까지 26권의 책을 읽었다. 내년 8월에는 얼만큼의 책을 읽고 있을지 모르겠다. 책을 빨리 읽는데는 관심이 없지만 세상에 나와 있는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싶은게 책 덕후의 솔직헌 심정이다. 시간의 조각들과 함께 오늘도 즐거운 독서를 한다. 


현대인은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은 데다가, 재밌는 놀거리가 많다. 그렇기에 책 읽을 시간 같은 건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책을 안 읽어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지만 그래도 굳이 읽어야겠다면 자투리 시간을 노리자. 시간의 틈새를 모으면 꽤나 커다래진다. 자그마한 눈덩이를 비탈길에 굴리면 눈덩이가 내려가면서 어마어마하게 커진다는 스노우볼 효과는 독서에도 적용된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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