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부터 '돈' 글자가 들어가 있는 책은 닥치는 대로 읽어왔다. K와 함께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2년여의 시간 동안 세어보니 읽어온 재테크 책이 250권 남짓 되는 것 같다. 워낙 돈에 관심도 없고 거리도 멀었던 사람인지라 읽었던 모든 책이 K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경제 기사를 꾸준히 읽기 시작했고, 주식에 관심을 갖고 사고팔아보는 경험을 한다.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부수입을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도전한다. 술을 끊었고, 매일 저녁 책 읽는 시간을 습관처럼 만들었다. 도서관을 1주일에 1번 이상 방문한다. 꾸준히 읽어온 책들의 권수를 세보면 250권은 훌쩍 넘는다. 읽은 책들을 돌아보니 자주,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용이 있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아래와 같다.
지출을 통제하는 것에 관한 재테크 책들은 굉장히 다양하다. 지출통장/투자통장/저축통장/오아시스 통장 등 통장 나누기를 이야기하는 책도 있고 신용카드를 잘라버리라는 책도 있다. 생활 속 짠테크 기법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는 책들도 있다.
지출을 통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래 네 가지 일들을 하게 된다.
*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쓰기(포인트 등 혜택을 누리기 위한 계획적인 신용카드 사용은 제외)
* 한 달 예산 정해놓고 사용하기
* 통장 쪼개기(소비 통장, 투자통장, 저축통장, 오아시스/비상금 통장 등)
* 짠테크
지출을 통제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된 책을 한 권 꼽자면 '미라클 일주일 지갑'이라는 책이었다. 일주일간 사용할 돈을 현금으로 뽑아서 쓰라는 이야긴데, 확실히 예산 안에서만 돈을 쓰게 되는 효과가 있다.
모든 재테크 책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지갑 간수 잘해라~~~"를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지출을 통제하는 것이 모든 재테크의 출발점이다. 지출을 통제해서 무엇을 하느냐! '투자'를 한다.
올해 초부터 경제기사에서 가장 많이 다뤘던 화두 중 하나가 바로 '마이너스 금리시대'라는 말이다. 예전처럼 은행에 예금을 맡겨놓으면 10%씩 이자를 턱턱 주던 시대는 슬프지만 지나갔다. 5%대 적금이 나오면 쉽게 볼 수 없는 고금리라 모두들 가입하려고 애쓰고 있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저금리 시대는 이미 현실이고, 이미 유럽/일본 등 몇몇 국가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저축만 하는 것은 좋은 자산 불리기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가 상승률을 따지고 나면 저금리에 예금, 적금만 하는 건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젊을수록 좀 더 위험한 투자 자산에 분배하라'는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공격적인 투자를 해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다. 묻지마 투자는 좋은 결과를 낳기 힘드니 젊은 연령대에서부터 다양한 투자 자산의 종류를 알아보고 배우는 게 중요하다. 투자를 할 수 있는 자산의 종류는 무궁무진하고, 하나하나 깊게 파고들면 배울 점도 많다. 일단 열심히 공부를 해보고, 확신이 들었다면 투자를 시작하는거다.
나는 고금리/세금우대 예적금부터 시작해서 주식, 채권, P2P, 부동산, ETF, 펀드, ELS 등 다양한 투자처에 깔짝거리면서 투자를 시작해보고 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내가 느낀 투자자산들의 장단점을 정리해본다.
(몹시 주관적인 내용으로, 재미로 봐주세요^__^)
- 채권
장점: 안전하다. 안전해서 든든하다. 주식이 떨어졌을 때 올라서 나를 기쁘게 해 준다.
단점: 수익률이 소름 돋게 높지는 않다. 중장기 국고채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했는데, 처음 가입할 때 예상 수익률이 6%로 꽤 높았는데 지금 수익률은 1% 이하로 머물러 있다. 만기가 다가오면 수익률이 올라갈 수는 있지만 여전히 소름 돋게 높은 수익률은 아니다. 요즘은 ETF를 통해서도 미국 채권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코로나로 한창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던 3~4월에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경향이 많았다. 실제로 해봤는데 손실을 조금이라도 메꿔주는 효과가 있긴 했다.
- P2P
장점: 편한 투자방법.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펀하게 투자할 수 있다. 10%~16%까지 고금리 상품들이 많다. 짜릿한 금리!!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때에는 가입만 해도 만원씩 상품권을 주거나 스벅 커피 쿠폰을 주는 등 쏠쏠한 이벤트도 있었다.
단점: 연체율이 높고, 부실한 플랫폼들이 많다. 실제로 P2P 투자 카페를 조금만 둘러봐도 부실한 플랫폼에서 투자를 해 연체된 돈을 아직까지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 주식
장점: 앱을 이용해서 빠르게 매수~매도~가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나의 수익률을 볼 수 있다.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수많은 회사 중 내가 원하는 회사를 골라서 투자가 가능하다. 잘만 하면 엄청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가장 짜릿한 투자처가 아닐까 싶다.
단점: HIGH RISK, HIGH RETURN.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2년 차 재테크 공부에 들어와서 느끼는 점은 주식이라는 투자자산이 가장 제대로 접근하면 공부할 것이 많은 투자처라는 생각이 든다.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리스크도 있다. 올 3월처럼 전염병이 돌면 증시는 폭락!
- 부동산
장점: 영원한 꿈, 내 집 마련과 관련 있는 투자처. 집은 투자해서 망해도 내가 거기서 살면 된다. 요즘 같은 시기에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걸 보면 이렇게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면 거의 90% 정도가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부자 중에서 부동산 투자를 안 한 사람은 거의 없다.
단점: 시드머니가 크게 필요하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갭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요즘은 대출 규제도 많아져서 사실상 쉽지 않다.
- ELS(주가연계 증권)
장점: 중위험 중수익. 돈을 잃을 일이 잘 없고, 5~6%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 개중에 기초자산이 주식인 ELS들은 수익률이 20%를 넘기도 한다.
단점: 약간 도박하는 느낌이 있다. '주가지수가 폭락은 안 하겠지!!!'라는 생각에 걸고 투자하는 것. 하지만 사실 홍콩 시위가 일어난다던지, 코로나가 터진다던지 하는 등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주가지수가 많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항상 조건을 신중하게 보고 선택해야 한다.
'전업맘, 매년 재테크로 3000만 원 벌다' 책에서 ELS의 구조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재테크의 기본부터 세부적인 내용까지를 잘 설명해주는 훌륭한 책이었다. ELS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 ETF(상장지수펀드)
장점: 수수료가 펀드에 비해 싸다. 자동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매수, 매도가 자유롭다. 다른 나라 시장에 투자하기 편리하다.
단점: 분산을 하다 보니 잘 나가는 개별 주식보다는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ETF는 현재까지 나의 최애 투자자산이다.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후로 가장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투자처이고, 공부하고 선택했던 ETF 상품 두 개가 운 좋게도 올해는 좋은 성과를 냈다. ETF 나랑 오래가자!
ETF에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돈 버는 주식투자, ETF가 답이다
*개인투자보다 안전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보다 승률 높은 ETF 투자 실전 가이드북
*ETF 투자 무작정 따라 하기
*나는 주식보다 주가지수에 투자한다
*ETF 투자의 신
책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 펀드
장점: 믿고 맡기는 전문가의 손길. 나 같은 일개 개미보다 펀드매니저가 더 똑똑하겠지!
단점: 가끔은,, 전문가도,, 눈물을,, 흘린다,, 전문가의 수익도 좋지 않을 때가 있다. 사실 이 단점보다는 펀드는 보통 수수료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ETF나 주식에 비교하면 수수료가 높은 편일 때가 많다.
펀드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펀드 투자 핵심 노하우/이레미디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꽤나 두껍고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이지만 펀드 투자에서 중요한 내용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재테크 책들을 읽기 전까지는 '투자=돈 잃는 것',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예적금이 최고다 등의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책을 250권 정도 읽고 나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투자 자산의 다양성도 알고, 각각의 특성들도 알고 나니 예전만큼 막연히 두렵지만은 않다.
모든 투자 관련 책에서 꼭 언급하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분산투자'의 중요성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깨지면 다 깨진다~~~' 하는 소리는 정말 자주 나온다. 나도 그래서 나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를 짜 봤다. 소규모지만 채권에 투자를 하고, 주식 안에서도 해외주식/국내 주식, 섹터별/업종별로 나누어서 투자를 하고 있다.
확실히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아서 좋은 점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증시가 폭락했을 때에는 비교적 안전자산인 채권펀드의 수익률이 상승해준 덕에 손실을 좀 메꿀 수 있었다. 당시 투자 중이던 P2P 상품에서 이자가 꾸준히 들어와 손실을 메꾸는데 한몫했다. 주식 수익률이 좋지 않아도 계속해서 공모주 투자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있으면 이 또한 도움이 된다. 주식 안에서도 국가별/업종별로 여러 종목에 나누어 투자를 한다면 한 종목이 파란불이더라도 다른 종목이 빨간불일 수 있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담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
250권의 책들을 읽고 나니 읽기 전과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오죽하면 '책 속에 답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도 나와 K는 신간 재테크 분야의 책과 접하지 못했던 돈에 관한 책이라면 무조건 읽고 본다. 함께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저녁시간, 재테크 책 중 좋은 책이 있으면 서로에게 추천하고 어떤 내용인지 말해준다. 꼭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은 함께 장수를 정해 놓고 읽으면서 인상 깊은 부분을 서로 이야기 나누곤 한다. 읽은 책이 500여 권이 될 때에는 또 다른 모습의 우리가 되어있지 않을까? 우리는 오늘도 도서관에 간다.
written by. 토핫(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