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와 핫도그 Oct 22. 2020

월 200만원 벌면서 300만원 모으기

20대 여성 직장인의 재테크 도전

월 200을 벌면서 매달 300만원을 모을 수 있을까?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비혼을 결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봤다.

"월 200을 벌면서 무사히 혼자 할머니가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게 가능한 일일까?"


OECD 주요국의 상대적 빈곤율(66세 이상, 2017년). 통계청 제공.

슬프게도 OECD 주요국의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은 한국이 독보적으로 높았다. 심지어 노인 안에서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로 노후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다. 남녀 임금격차가 연금의 격차로도 이어지면서 여성 노인 빈곤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암울한 통계를 보며 든 생각은 '아! 그냥저냥 살다가는 무사히 행복한 할머니가 될 수 없겠구나'였다. 빈곤하지 않은 할머니로 살아가려면 지금부터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월 200을 버는 나로서는 저축만으로는 돈을 모으는데 한계가 있었고, 작년 1월부터 열심히 재테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소한 투자 도전들이 시작됐다. 예금은 무조건 주거래 은행에서 하고 주식은 하면 패가망신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있던 사람에서 금리를 따지고, 주식 투자에도 발을 담가보는 주린이 정도로 성장했다. 게임으로 치면 레벨 1에서 이제 레벨 5 정도 간 느낌이다.


본격적으로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뒤로, 올해 4월부터 매달 자산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4월에서 10월이 될 때까지 자산이 1560만 원 정도 증가했고 6개월의 시간이라고 가정하면 평균적으로 260만 원 정도가 증가했다. 매월  200만 원 남짓의 돈을 버는 나로서는 몹시 기묘한 일이 일어난 거다.


신기한 요술 항아리가 생긴 건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요정이 나타나 나에게 매일 돈이 솟아나는 항아리를 줬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는 말이 안 되고, 정답은 뻔하지만 '투자'다.




투자의 시작은 저축

일단 저축을 시작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뒤로 '가능한 많이' 저축하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래의 단계를 거쳤다.


지출을 통제하라

신용카드를 쓰고 월급날이 되면 카드 값이 '퍼가요~'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선 체크카드가 필수적이다. 처음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용카드 사용을 멈추고 체크카드를 사용해보기를 권한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면서 매달, 매주 예산을 정해놓고 사용한다면 자연스럽게 지출을 통제할 수 있다. 더 격하게 지출을 통제하고 싶다면 그 주 사용할 돈을 현금으로 뽑아 지갑에 넣어놓고, 현금 안에서만 소비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100% 지출 통제에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지출이 통제되기 시작하면 월급 외에 나오는 보너스 / 성과급 등을 저축할 수 있게 된다. 신용카드를 쓰고 돈을 갚아나가는 구조가 되어있다면 당연히 성과급이나 보너스는 받자마자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다. 지출을 통제하고 나서는 성과급이나 보너스를 오롯이 저축할 수 있었다. 유레카!


자동이체를 활용하라

자동이체가 얼마나 중요하냐면, 오죽하면 자동이체에 대한 이야기로 책 한 권을 쓴 사람이 있을 정도다. 뻔한 이야기지만 자동이체를 활용하면 저축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려고 하면 삶이 고달파진다. 처음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저축할 금액이 자동 이체되도록 설정해 놓으면, 저축하고 남은 돈 안에서 소비하게 된다.


투자와 친해지기

1년 적금이 만기가 돌아오고, 1년 예금이 만기가 돌아올 시점, 읽은 재테크 책의 권수도 100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재테크 책들을 100권 정도 읽다 보니 '아, 투자를 해야 하는 거구나'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 투자는 막연히 어렵고, 두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책을 읽으면 읽어나갈수록 조금씩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라는 책에서 "일찍 저축과 투자를 시작한다면 돈이 당신을 먹여 살리도록 할 수 있다. 젊을 때부터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투자하는 습관을 기르지 않는 한 이 꿈은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나도 어렵고 두렵게 느껴졌던 투자에 하나둘씩 도전해보기 시작했다. 지금도 도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출을 통제하고 자동이체를 활용하며 투자에 친해진 뒤 나의 한 달 예산은 다음과 같다.


월 220 소득이 들어온다.

그중에서

50만 원을 생활비로 사용한다.

30만 원을 채권 펀드에 자동이체한다.

50만 원을 1년 만기 새마을금고 적금에 바로 넣는다.

5만 원을 주택청약으로 자동 이체한다.

85만 원을 투자통장으로 바로 옮겨놓는다.


투자통장에 있는 돈들은

- 공모주 청약

- 적립식 투자(ETF, 주식 등)

- 괜찮은 ELS 상품

등에 투자한다.


월급날이 되었을 때 바로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를 만들어 놓으니 최대한 예산 안에서 돈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소비를 통제하면서 저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적금 만기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적금은 되도록 단기로, 1년 단위로 가입을 해서 만기의 기쁨을 누렸다. 이렇게 모아진 돈들이 다른 곳에 투자할 목돈이 되어주었다.  

가장 접근성이 좋았던 P2P 투자를 시작으로(지금 생각하면 순진한 투자다), 개별주를 무턱대고 사기에는 두려움이 커서 ETF를 적립식으로 분할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열심히 찾아본 개별주 하나 정도는 매수할 수 있게 되었고, 운이 좋게 익절 한 후 지금도 개별주 투자도 진행 중이다. 뭐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ELS 상품에 주가지수가 폭락했을 때 첫 투자를 시작했고, 이제는 ELS가 뭐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을 여러 권 읽고 나서는 채권펀드에도 투자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공모주 투자도 하고 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몸으로 부딪히면서 직접 경험해 보는 거다.


주식, ETF, ELS, P2P, 채권, 공모주 다양한 투자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더 이상 투자가 두렵지 않게 되었다는 거다. 물론 개별주가 등락을 오갈 때는 당연히 등에 땀줄기가 흐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덤덤해지는 법도 배워나가고 있다. 투자가 막연하게 느껴지지 않고 이제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느낌이 든다. 이 과정을 지나면서 월 200을 벌면서 300만 원을 모을 수 있게 됐다. 투자를 시작한 덕분에 월급보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게 된 거다. 투자한 ETF, 주식의 수익률 증가나 공모주 청약, ELS 조기상환으로 들어오는 이자 수익들이 조금씩 모여서 월급 외 수익을 만들어냈다. 투자로 돌아오는 이자 5만 원, 10만 원, 20만 원, 30만 원, 때때로 60만 원이 모여서 월 200을 버는 사람이 300을 모을 수 있게 해 준다.





내 목표는 억만장자가 아니다. 내 한 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돈을 갖는 게 목표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은행의 도움을 받아 내 집도 하나 마련하고, 누군가에게 손 벌리지 않고도 노년을 잘 살아가고 싶다. 무사히 행복한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 월 200 버는 직장인의 도전은 계속된다.


Written by. 토핫(토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