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파먹기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은? 정답은 '돈쓰기'다! 우리 주변은 소비의 유혹들로 넘쳐난다.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을 하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포션 삼아 호로록 마시고, 저녁을 외식하고, 아울렛에 들러 가을용 후리스를 하나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일상생활은 소비의 연속이다.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뒤, K와 나는 2인 가구의 한 주 생활비를 10만원으로 한정지었다. 미라클 일주일 지갑을 읽은 뒤 영향을 받은 탓이다. 물론 10만원은 공용생활비고, 개인 생활비는 각자 운영한다.
10만원 = 밥 + 생필품 + 외식 + 커피와 디저트
1주일 내 10만원을 가지고 장을 보고, 외식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생필품을 구입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 예산을 지키려면 소비의 연속인 일상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래서 야심 차게 만든 단어가 있다. 바로 '무소비 데이'다. 한자와 영어가 기묘하게 섞인 이 단어를 언젠가부터 자주 사용하고 있다.
무소비데이는 말 그대로 소비를 1도 하지 않는 날이다.(교통비는 제외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약속이 있으면 밖에서 커피나 밥을 먹게 되므로 소비가 꼭 일어나기도 하고, 지치고 힘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고 싶을 때가 많다. 피곤한 날엔 택시를 타 줘야 한다. 하지만 일주일 10만원 예산을 세우고 나서는 매번 익숙하게 해오던 소비와 최대한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
일단 커피는 최대한 사 먹지 않기로 했다. 매일 아침 습관처럼 스타벅스에 들려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두유 라떼 등을 즐겨마시던 습관을 끊었다. 그 대신 회사에 있는 커피머신을 애용하게 됐다. 물건을 살 때도 여러 번 고민하고 산다. '이게 꼭 필요할까?'를 고민하다 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소비를 자제할 수 있다.
무소비데이에는 짝꿍처럼 따라오는 친구가 있다. 바로 '냉장고 파먹기'다. 무소비데이가 성공하려면 퇴근 후 저녁을 집에서 해먹어야 한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뚝딱 요리해서 먹는 거다. 그러려면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볼 때 신중해야 한다. 꼭 필요한 물건들을 놓치지 않고 사야 한다.
우리가 장을 볼 때 빼놓지 않고 꼭 사는 재료는 달걀 / 마늘 / 파다. 달걀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달걀국, 달걀말이, 달걀찜, 스크램블, 간장계란밥 등 수많은 요리를 탄생시켜준다. 마늘과 파는 어느 요리에 넣든 다 맛있기 때문에 항상 구비해 놓는다. 냉장고 속 남은 자투리 야채들을 볶아서 먹을 때에도 마늘과 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마늘과 파를 기름에 볶아서 향을 내고 거기다 무엇을 볶아도 대충 맛이 나온다.
K와 나 둘 다 각자 따로 살 때에는 매 끼니를 요리해 먹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요리와는 거리가 먼 편이었다. 하지만 함께 살게 된 이후로 요리를 해 먹는 시간이 훨씬 늘어났다. 배달음식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회용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건강에도 100% 좋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는 요리를 해 먹으려고 하고 있다. 건강에도 좋고, 무소비 데이를 완성하는 데에도 냉장고 파먹기와 요리는 아주 유용하다.
장을 보고 요리를 하게 된 이후 자연스럽게 '무소비 데이'가 늘어났다. 하루에 돈을 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정해진 돈 안에서 생활하고, 요리해서 먹는 습관을 갖는 건 유쾌한 일이다. 계획과 절제 없이 살아왔던 지난날의 나보다 무소비데이를 달성하면 기뻐하는 나 자신이 훨씬 기특하고 행복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무소비 데이'에 도전해 보시길. 한 달에 한 번, 이주에 한 번, 한 주에 한 번 맞는 무소비 데이가 여러분들의 소비습관에 분명 좋은 영향을 끼칠 거다.
written by. 토핫(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