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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와 핫도그 Nov 29. 2020

나는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 걸까?

<진짜 부자, 가짜 부자>를 읽고


작년 우리 부서에는 두 명의 여자 부장님이 계셨다. K 부장님과 O 부장님. 40대 초반의 O 부장님은 옷에 관심이 많으시고 피부관리를 주기적으로 받으시는 멋쟁이셨다. 차는 B사의 5 시리즈, 집은 50평이 넘는 대형 평수에 바닥 마감이 대리석으로 된 아파트였다. 가만히 있어도 부내가 흘러넘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성격도 여유로움과 쿨함을 갖춘 데다가 일까지 잘하셔서 내 워너비였다. 내가 40대가 됐을 때 저런 모습으로 살면 좋겠다 싶었다.


40대 중후반의 K 부장님은 겉보기에 O 부장님과 정반대 포지션에 있었다. 옷과 헤어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셨고 경차를 타고 다니셨다. 집은 20평대 아파트에서 오랜 세월 동안 살고 계신다고 했다. 하다못해 스마트폰까지 오래된 기종을 사용하시다가 고장났는데 고치려고 노력하다 실패하자 그대로 사용하셨다. K 부장님도 일 잘하시고 마음 따뜻하신 분이라 함께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즐거웠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40대 삶의 모습은 K 부장님보다 O에 가까웠다.


반전은 우연하게 찾아왔다. 부장님들과 셋이 티타임을 갖다가 새로운 사실을 들었다.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는데 O 부장님이 나에게 부동산 궁금한 게 있으면 K 부장님께 물어보라고 했다. K 부장이 부동산 전문가라고도 하셨다. 알고보니 이분은 집이 7채나 있는, 자산으로 따지면 몇 십억대의 자산가였다. 올해 집 값이 더 폭등하기 전의 이야기니 지금은 자산이 더 늘어났을 일이다.


벌어진 내 입이 다물어질 줄 몰랐다. 두 명의 부장님 중 진짜 부자는 K 부장님이었다. 십 억이 넘는 집이 몇 채나 있으면서 자신은 20평 대 아파트에 사는 찐 부자. 이제 아이들이 커서 원래 살던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자신은 30평대 전세로 이사를 갈 계획이라고 했다. 본인은 집이 많을 뿐이지 부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K 부장님에게서 갑자기 후광이 비췄다. 겉으로만 봐서는 누가 부자인지 모른다는 말이 딱이었다.


나는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 걸까


일단 K 부장님은 자산상으로 부자다. 소비를 절제하며 투자로 자산을 불려나가는 현재 생활에 즐거움을 느낀다. 무조건 아끼는 건 아니다. 종종 해외 여행도 가고 쓸 때는 쓰며 산다. O 부장님도 부자다. 중산층 이상의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미래에 소득이 더 늘어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부자의 모습과 가까운 O 부장님! 두 분다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어서 내가 어떤 분을 목표로 삼을지 정하면 된다.


<진짜 부자 가짜 부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차 같은 자산이 아닌 것을 자산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자산은 그걸 가짐으로써 미래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차는 절대 자산이 될 수 없고, 집은 자산이 될 수 있지만 투자한 집에 살면 소득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직접 거주하는 곳은 최대한 비용이 덜 들어가야 자산 증가에 도움이 된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지 오락가락한다. 반려인 S가 LIT에 투자하는 걸로 2024년에 우리 집 차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그때 드림카를 사야겠다는 마음과, 타는 차가 5년 정도 됐는데 10년 더 타고 LIT 수익금은 재투자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2024년까지는 많이 남아 있어서 중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상상을 할 뿐이다.


집에 대한 생각은 상당 부분 정리가 되었다. 무리하게 영끌해서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는 걸 꿈꿨던 적도 있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주거에 큰 돈이 묶이는 것보다는 현 수준에 맞는 적당한 집을 구하고 나머지 금액은 투자 자금으로 사용하는 게 더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식으로든 자산이 늘어나면 시드 금액에 맞는 적당한 집을 구하게 될 테니 집 걱정은 그만하기로 했다.


작년까지 O 부장님처럼 반짝 반짝한 인생을 사는 걸 꿈꿨었다. 남들이 욕망하는 차나 집 같은 걸 강렬하게 욕망했다. 집과 차는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과 미디어에서 원하는 거니까 갖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그게 내 욕망인지 남의 욕망인지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이후로 2년 동안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하면서 바라는 게 조금씩 바뀌었다. O 부장님의 삶은 여전히 멋지고 빛나서 언젠가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지만, 지금은 K 부장님의 삶이 내가 바라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아직 남아 있는 욕망들은 공부를 더 하다 보면 원하는 게 명확해지지 않을까. 무소유를 꿈꾸는 건 아닌데 뭔가를 사기 위해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점점 사라진다. 덜 일하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부자가 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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