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40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기록 덕후의 1년 독서 기록

by 토끼와 핫도그
제목 없음.png 바빴던 달과 여유 있었던 달의 차이가 한눈에 보입니다. 독서가 업이 아닌 지라 바쁘면 뒷순위로 밀립니다.


1년 동안 대략 400여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22일인 오늘까지 완독한 책은 357권, 읽다가 그만둔 책은 몇 십권 정도는 될테니(기록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세어보진 않았습니다) 최소 400권 이상의 책을 읽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권 정도는 읽은 셈입니다. 실제로 하루에 한 권은 아니고 아예 안 읽은 날과 여러 권 읽은 날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살면서 올해처럼 책을 많이 읽은 해는 없었습니다. 저는 전형적인 책을 읽는 것보다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 책 콜렉터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책 값으로 쓴 돈을 모았으면 중형차 한 대는 살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소비습관을 바꿔서 도서관과 도서 스트리밍 서비스 애용자가 되었습니다. 책 지출을 줄이면서 책을 더 많이 읽게 된 아이러니가 일어났습니다.


search.pstatic.jpg 한 때 제 카톡 프사였던 짤입니다.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다는 말이 정답입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을 때 따로 몇 권을 읽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습니다. 작년에는 129권의 마지막 장을 봤고 중간에 포기한 책까지 합치면 200권 남짓한 책을 읽었더래도, 하루에 한권 책을 읽겠다는 건 직장인에게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요. 대신에 재테크 분야에 책을 작년보다 더 치열하게 읽겠다는 공부 계획을 세웠습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인생이 계획대로 되진 않아서 재테크 책보다 다른 분야의 책을 더 많이 펼쳤습니다.



기록이 꾸준함을 만든다


평생 꾸준이라고는 국 끓여먹으려고 해도 없던 저에게 이런 변화가 일어난 건 '기록'이 팔 할, 습관이 나머지를 부분을 차지합니다. 작년부터 독서 내용만 메모하던 방식에 더해서 독서 페이지 수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책 내용을 메모하면서 심도 깊은 독서를 하게 되었다면, 페이지 수를 기록하는 건 책 읽는 양에 변화를 줬습니다. 그것도 어마무시한 변화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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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와 이번 주에 읽은 책들의 기록입니다.


독서 페이지수를 기록하는 건 독서 마라톤이라고 불립니다. 주로 어린 아이들 독서 장려하는 방법으로 쓰입니다. 1년 동안 몇 페이지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읽으면 선물을 주는 방식입니다. 어른인 저는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을 일은 없지만, 제 안의 기록 덕후는 독서 마라톤에 흠뻑 빠졌습니다. 기록하기 위해 책을 읽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록이 누적되어 가는 걸 보면 아드레날린이 샘솟습니다.


독서 마라톤의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하루에 독서한 분량을 쪽수로 기록합니다. 저는 온라인에 기록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수정해가는 방식으로 작성합니다. 예를 들어 회복탄력성을 오전에 140p까지 읽었으면 일단 거기까지 적어놓고, 저녁에 168p까지 읽은 다음 페이지수를 수정하는 거지요. 공책이나 다이어리에 적는다면 수정하지 않고 읽을 때마다 쭉 적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여러 권을 읽었다면 모두 기록합니다.


3) 기록을 보며 스스로를 기특해합니다. 끝.



저는 페이지수 기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 주의 기록을 따로 적습니다. 일주일 동안 책을 몇 권 읽었는지 정리하고, 읽은 책들 중에서 좋았던 책을 골라 간단한 소감을 남깁니다. 독서 기록을 포함해서 다른 기록들도 함께 적어둡니다. 단순히 기록으로 남기는 건 아니고 독서 내용을 복기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자세한 독후감을 쓰지 않은 책들을 되새김질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20201222_212607.png 블로그에 정리한 한 주의 기록 중 일부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끌어옵니다.




씨네 21 이다혜 기자의 책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새로운 도전을 성공에 가깝게 하는 비법 중 하나는 바로 글쓰기다. 목표를 세웠으면 그 목표에 대한 일기장을 만들자. 나는 그렇게 처음 다섯 페이지만 쓴 새 노트를 여러 권 갖고 있다. 중간에 실패하지 않은 도전은 한 권의 책이 된다.


기록하면 어제보다 눈꼽만큼씩이라도 발전하는 오늘의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누적된 기록을 보면 이만큼이나 해온 게 아까워서라도 그만두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기록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의식하게 됩니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먹은 걸 모조리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록하면서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의식하는 거지요.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만큼 읽었는지 기록하면서 독서를 의식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한번이라도 책을 더 읽게 되고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이 생깁니다. 습관이 들면 그때부턴 무의식적으로 책을 펼치게 됩니다. 한참 책을 많이 읽을 때는 휴대폰이나 티비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책 읽는 게 핸드폰, 티비보다 더 재밌었으니까요. 요즘은 휴대폰을 종종 보지만 책 읽는 습관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틈나면 책을 읽습니다.


독서 말고도 기록이 주는 꾸준함에 빚을 진 것들이 많습니다. 작년부터 해온 운동, 몇 번 빼먹긴 했지만 대체로 매일 쓴 감사일기, 반려인 S가 매일 쓰는 재테크 공부 일지까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평소처럼 금세 그만뒀을 겁니다. 내년에도 독서 마라톤에 빠져서 열심히 책을 읽을 것 같습니다. 다른 기록들도 열심히 적어둘 거구요. 중간에 실패하지 않는 도전의 기록이 정말 한 권의 책으로 바뀌는지 계속 해보겠습니다.


written by 토핫 (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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