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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와 핫도그 Dec 10. 2020

브런치를 둘이서 쓰면

1+1은 2가 아니라 그 이상!

둘이서 둘이서. 함께하면 좋아요


"이번에 김장한 걸로 글을 써보는 게 어때?"

"지금까지 재테크 책 읽은 것 중에 괜찮은 거 뽑아서 추천 글을 써봐."

"20대 후반 직장인 1억 모으다, 이런 것도 재밌겠다."


S와 나는 종종 서로에게 브런치에 올릴 글감을 추천해 준다. 상대방의 일상 중에 포인트가 될만한 내용이 보이면 글로 쓰기를 종용한다. 재밌는 건 내 얘기는 쓸만한 내용이 잘 안 떠오르는 데 S가 썼으면 싶은 글감은 팍팍 떠오른다. S에게 직장 생활 5년차, 20대 후반 여성의 1억 모은 내용을 글로 써달라고 줄창 요구하는 중이고, 오늘은 김장한 걸로 글을 써달라고 했다. 언젠가 S의 마음이 동해서 이 주제로 브런치에 글을 쓸 때까지 잊을만하면 한번씩 요청할 생각이다.


브런치는 나와 S, 둘이 함께 쓴다. 브런치가 어떤 플랫폼인지 잘 모르던 시절에 염탐(?)하러 들어왔었다. 그때 메인에 걸려있던 글 중 하나가 팀으로 글을 쓰는 브런치였다. 모 대학 학보사에서 운영하는 팀 브런치를 보고 이거다 싶어서 S에게 제안했고 작가신청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글을 뜸하게 올릴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글 올리는 주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브런치 이전에는 블로그를 같이 운영했다. 처음에 S는 블로그를 할 생각이 생각이 거의 없었다. 나도 오래간만에 글을 쓰는 거라 혼자하면 얼마 못 가서 그만둘 미래가 뻔히 보였다. 어떻게든 S를 끌어들여야 했다. 방법은 S 명의로 블로그 개설하기. S가 자신의 주민번호로 블로그를 개설해줬고 내가 글을 포스팅했다. 초반 몇 달 동안은 나조차도 대충 방치하다가 S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글이 풍성해졌다. 지금은 나보다 S가 더 블로그에 열심히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는 시나리오를 함께 쓰는 걸로 유명하다.


하나의 계정을 둘이서 쓰면 뭐가 좋을까


하나의 게정에 둘이 글을 쓰면 어떤 점이 좋을까. 먼저 글이 뜸해지지 않아서 좋다. 브런치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글을 쓰는 게 좋다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일주일에 글 한 편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좋은지는 기억이 안 난다.) 브런치는 최소 일주일에 글 한편이라는 기준이 마음 속에 앵커링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이 기준보다 더 쓰면 많이 쓴 거 같아서 뿌듯하고, 덜 쓰면 적게 쓴 거 같아서 아쉽다.


이때 S의 존재가 심리적으로 중요해진다. 나 혼자서 일주일에 글 한편은 버겁다. 두명이면 2주에 한번씩 써도 일주일에 한번이 채워진다. 혹시 나 아닌 네가 폭주해서 글을 여러 편 올려준다면 이번주는 가벼운 마음으로 패스를 외칠 수도 있다. 브런치도 재밌자고 하는 일인데 부담을 느끼면서 할 필요는 없으니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란 말이 딱이다.


또, 같은 공간에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 모임으로 이어졌다. 책만 읽는 모임에서 글까지 쓰는 모임으로 진화하는 데 하나의 계정을 이용하는 방식의 도움이 컸다. S가 블로그 글쓰기에 관심이 없던 시절에도 나는 꾸준히 S의 명의를 이용해 글을 썼다. 결국 S도 본인의 블로그에 무슨 글이 올라오는지 확인을 안 할 수 없었다. 내가 혹시 이상한 글을 써서 자신의 계정이 정지될 수도 있으니까. (물론 나는 이상한 글을 쓰지 않았다.)


내 엉맹진챙인 글을 보면서 S도 하나 둘씩 글을 올렸다. 블로그 초창기 모토가 '공부한 거 정리해서 기록하자'였다. 책 읽은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기도 하고, 재테크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쓰기도 했다. 블로그에서 시작된 글쓰기는 브런치로 넘어오면서 한뼘 더 성장했다. 올해 초에 쓴 글과 지금 쓴 글을 비교하면 약간 뿌듯해져서 ‘마니콧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이 공간은 S의 것이기도 하지만 나의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함께 가꿔 나가는 재미가 있다. S가 올린 글을 내가 쓴 글처럼 애정을 갖고 읽는다. 드물게 오타를 발견하면 말하지 않고 즉시 고친다. S도 내 글을 읽고 정성어린 피드백을 준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편집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 둘이서 다른 계정을 썼다면 이만한 관심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거다.


가끔이지만 반려인이 글을 마무리하지 못해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으면 바톤을 이어 받아 끝낼 때도 있다. 35개의 글 중에 두 개의 글이 상대방의 파이널 터치로 끝났다. 사이 좋게 나 한번 S 한번. 어차피 우리의 공간이니까 누가 완결짓든 큰 상관 없다. 바이라인에 누구의 이름이 나가든 중요한 건 우리의 브런치에 또 하나의 새로운 글이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작년 말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올해 6월쯤 브런치를 열었을 땐 연말까지 이렇게 꾸준히 하고 있을 줄 몰랐다. 때로는 S가 끌어주고 가끔은 내가 밀어주며 장거리 레이스에 접어들었다. 앞으로도 뭐가 되었든 둘이 하면 재밌게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1+1은 2가 아니라 그 이상이다!


written by 토핫 (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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